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곁말 99 큰미르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이름을 부르거나 듣는 느낌이 다릅니다. 어릴 적부터 둘레에서 가리키는 대로 공룡은 ‘공룡’이라 여겼는데,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아이들한테 ‘공룡’이라는 말을 쓰자니 어쩐지 거북하더군요. ‘恐龍’처럼 적는 한자 이름은 우리가 안 지었습니다. 이웃나라에서 지은 한자말을 예전 사람들이 그냥 따왔을 뿐입니다. 한자를 뜯으면 ‘恐龍 = 두려움(무서움) + 미르’입니다. ‘미르’는 ‘믿다·미다’하고 ‘마루’가 얽힌 낱말로, 커다랗거나 높으면서 힘을 크거나 세게 부리는 숨결을 가리킵니다. 곰곰이 보면 ‘미르’라고만 해도 ‘공룡’이라는 일본스런 한자말을 담아낼 만합니다. 다만, 이렇게 쓸 적에는 우리가 헤아리는 ‘미르(용)’하고 섞일 만하니, 따로 ‘큰미르’라 할 만하고, ‘땅미르·하늘미르’처럼 가를 수 있습니다. 이름에 아예 두렵거나 무섭다는 뜻을 담으면, 함께 이 땅에서 살던 이웃을 얄궂거나 나쁘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덩치가 커다랗기에 두렵거나 무서울까요? 처음부터 우리 스스로 두렵거나 무섭다는 마음을 심은 바람에 그야말로 두렵거나 무서울 뿐 아닐까요? 모든 말은 씨앗입니다. 모든 말대로 마음이 흐르고 바뀌며 나아갑니다.


큰미르 (크다 + ㄴ + 미르) (= 큰이·땅미르·우람미르·우람이. ← 공룡恐龍) : 1. 몸이나 덩치가 큰 미르. 지난날 이 땅에서 살다가 어느 때에 모두 사라졌다. 2. 겉으로 드러나는 길이·넓이·높이·부피·무게 같은 모습·몸이 여느 것·다른 것보다 더 되거나 더 있거나 넘을 적에 빗대는 말.


하늘미르 (하늘 + 미르) : 하늘을 나는 미르. 지난날 이 땅에서 살다가 큰미르(공룡)와 함께 어느 때에 모두 사라졌다. (= 날개미르·나래미르. ← 익룡翼龍)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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