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옹이 2023.2.8.물.



나무는 ‘옹이’가 지기에 서. 굵어가면서 새롭게 뻗을 적마다 ‘마디’를 잇는 곳에 ‘옹이’가 박히면서 든든히 받치고 감싸지. 너희는 속살이 부드러우면서 가득하게 흐르도록 겉살(거죽)이 나지. 겉살은 너희가 서거나 걷거나 움직이거나 무엇을 할 적마다 ‘길’이 들면서 반들반들한 빛이 나고 차츰 단단한 살로 박혀. ‘굳은살(꾸덕살)’이라고도 하고 ‘옹이’라고도 하지. ‘옹이’란, 나무이든 사람이든 스스로 하거나 가고 싶은 모든 길을 바탕으로 이루면서 잇는 자리이지. 옹이가 지지 않으면 나뭇가지는 쉽게 부러지다가, 나무가 통째로 시들시들하겠지. 너희 몸도 곳곳에 옹이가 지면서, 쥐든 걷든 달리든 만지든 디디든 걱정이란 없이 든든하게 나아간단다. 그러니까 너희 겉살이 말랑말랑하기만 할 적에는 너희 스스로 너희 살림을 가꾸거나 짓기 어렵다는 뜻이야. ‘굳은살·옹이’란 너희가 하루하루 다지면서 쌓아가는 ‘켜·겹’이라고 여길 만해. 하루아침에 박히는 옹이가 아니란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옹이가 박히려고 하면, 오히려 겉살이 찢어지거나 망가져서 속살까지 다치지. 차근차근 조금씩 두고두고 다독이면서 나아가려 하기에, 퍽 천천하면서 느긋하게 ‘옹이’가 지지. 서두르려 하면 몽땅 무너지고, 나긋나긋 날마다 새롭게 배우면서 맞아들이려 할 적애는 늘 단단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몸으로 거듭난단다. ‘몸’을 입었으면 하루아침에 한꺼번에 하려고 달려들지 마.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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