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1.28.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

 고정욱 글·허구 그림, 산하, 2002.4.11.



읍내로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설날이 지나간 첫 흙날(토요일)은 마을도 읍내도 조용하다. 텅 빈 시골버스를 호젓하게 누린다. 날은 다시 조금씩 누그러든다. 별밤을 눈부시게 헤아린다. 설이며 한가위에 시골집을 모처럼 찾아오는 분들은 조용하며 호젓한 별밤에, 멧새랑 풀벌레랑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를 누리기를 빈다. 시골이니 좀 심심하게 하루를 보내면서, 좀 싱그러이 마음을 달래어야, 서울로 돌아가더라도 심(힘)을 낼 수 있으리라.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 장영실》을 읽었다. 장영실이란 옛사람을 놓고 돌아볼 만한 글(기록)이 너무 적다기에 거의 ‘마음으로 지어내어 써야’ 한다지만, 뭔가 좀 생각을 하면서 글을 지어야 할 텐데 싶다. ‘장영실’ 이야기라기보다 ‘고정욱 선생님이 들려주는’이라는 앞머리도 어쩐지 껄끄럽다. 글쓴이가 ‘선생님’이면 장영실은 뭘까? 안 읽느니만이 못 한 책을 덮었다. 글결도 어린이가 읽기에 안 어울린다. ‘만들다’ 같은 낱말을 어느 자리에 쓰는 줄 모르고, “날씨와 천문 기상”이 겹말인 줄 모르고, “비의 양” 같은 일본말씨가 버젓이 드러나는데, 어떻게 어린이책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어른스럽게 마음결과 글결을 가다듬어 어린이 곁에 서려는 사람이 이토록 없구나.



보름 뒤에 가마가 새로이 만들어졌습니다

→ 보름 뒤에 새 가마가 나왔습니다

→ 보름 뒤에 새 가마를 짰습니다


강우량을 잴 수 있는 기구를 만들라는 것이오 … 비의 양을 잴 수만 있다면

→ 빗물을 잴 수 있는 틀을 마련하라는 말이오 … 빗물을 잴 수만 있다면

→ 빗방울을 잴 수 있는 그릇을 짜라는 말이오 … 빗방울을 잴 수만 있다면


천문학자들도 날씨와 천문 기상을 살펴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 아니오

→ 별빛지기도 날씨와 하늘빛을 살펴 우리를 돕는 사람 아니오


마침내 새로운 금속활자를 만들어 냈습니다

→ 마침내 새롭게 쇠글씨를 지어냈습니다

→ 마침내 쇠글을 새롭게 짜냈습니다


곁에 어머니가 앉아 있는 가운데

→ 곁에 어머니가 앉아서

→ 걑에 어머니가 앉았고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