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 교통 혁신.사회 평등.여성 해방을 선사한 200년간의 자전거 문화사
한스-에르하르트 레싱 지음, 장혜경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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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3.2.7.

인문책시렁 247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7.5.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한스 에르하르트 레싱/장혜경 옮김, 아날로그, 2019)를 읽었습니다. 우리 삶을 바꿀 훌륭한 살림살이 가운데 하나인 달림이(자전거)일 텐데, 이 자전거를 곁에 두는 분들은 이 책을 얼마나 알아볼까요? 아직 자전거를 타지 않고 쇳덩이(자가용)를 모는 분들은 이 책을 읽고서 생각이나 마음을 바꿀 수 있을까요?


  가마를 타고 다니던 이 나라 옛 임금은 자전거를 쳐다볼 일이 없습니다. 옛날 옛적에는 자전거가 없었으니 안 쳐다볼밖에 없다고 여길 테지만, 옛날 옛적에 이 나라에 자전거가 있었다 한들 임금·벼슬아치·붓바치가 스스로 다리를 굴려 자전거를 탔을까요? 오늘날 모습을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나라지기(대통령)를 비롯해 꼭두머리에 선 이들은 하나같이 쇳덩이를 탑니다. 벼슬자리를 누리는 이도 하나같이 쇳덩이를 몰아요. 벼슬자리 아닌 수수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쇳덩이를 끌어요.


  걷거나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보금자리와 마을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보금자리와 마을을 살필 뿐 아니라, 나라를 읽고 푸른별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서 천천히 집하고 일터 사이를 오가지 않는 이들은 하나같이 거짓말을 하거나 눈속임을 한다고 여길 만합니다.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이웃이나 동무를 만나지도 사귀지도 않아요. 안 걷고 자전거를 안 타면 풀꽃나무를 등질 뿐 아니라, 풀벌레랑 새가 사람 곁에서 어떤 몫을 하며 푸르게 어우러지는가를 알 턱이 없습니다.


  걷지도 않고 자전거를 타지도 않는 그분들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목소리를 높일 마음은 없습니다. 저 스스로 호젓하게 타면서 삶을 누리고 살림을 가꾸면서 사랑을 지으면 즐겁습니다. 자전거를 안 타는 이웃더러 자전거를 타라고 부추길 마음은 없습니다. 해바람비를 마음 깊이 사랑하려고 한다면 저절로 자전거를 탈 테고, 해바람비를 품을 마음이 없다면 자전거를 안 탈 테지요.


  글을 글답게 쓰고 싶은 이웃이라면 쇳덩이(자가용)를 냉큼 버리고서 자전거를 타리라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림답게 그리고픈 이웃도 쇳덩이는 치우고서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걸으리라 생각해요.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랑을 숲빛으로 나누면서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라면 누구나 자전거를 탈 테지요. 자전거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나란히 탈 수 있습니다. 빨리 달려야 할 자전거가 아닙니다. 나란히 달리고 찬찬히 누리면서 온누리를 푸르고 조용히 가꾸는 살림살이로 곁에 두는 자전거일 뿐입니다.


ㅅㄴㄹ


그들은 회의장에 병기 전문가를 대동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말에게 먹일 귀리 값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아니었기에 굳이 말 이외의 대안을 고민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26쪽)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술집을 피했고, 그 바람에 술집 주인들은 매출 감소를 한탄했다. (151쪽)


오락 산업도 문제를 겪었다. 1896년이 되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느라 극장에 가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은 극장보다 자전거를 더 좋아했다. 가을은 물론이고 겨울에도 기온이 조금만 오르면 모두가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154쪽)


이와 같은 혼란의 시대에 자전거의 선구자가 된 사람 중에는 여교사들도 있었다. 시카고 훔볼트 학교의 지다 스티븐슨이 블루머를 입고 교실에 나타났다. 그 차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왔기 때문에 그 옷을 입고 수업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당연히 그녀는 교장의 제재를 받았고, 이 사건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1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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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2-07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그림을 정말 잘 골랐나봐요..출판사에서.^^ 한 번에 이렇게 많은 라이더 나오는 그림은 처음 봤어요 ㅎ재미있을 것 같네요

숲노래 2023-02-07 20:48   좋아요 0 | URL
말씀 듣고 생각해 보니
이렇게 자전거 모습을 나란히 담은 그림은
여러모로 보기도 좋고 눈에 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