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2.6.

오늘말. 헤살


이쪽에도 안 서고 저쪽에도 안 서면 두루뭉술하다고들 하더군요. 그렇지만 이놈이니 저놈이니 하면서 두 쪽으로 갈려 서로 밉살맞게 구는 모습을 보면, 어정쩡해 보이더라도 어느 쪽에도 안 설 생각입니다. 이쪽 사람을 “이 녀석!” 하고 부를 마음이 없습니다. 저쪽 사람을 “저 놈팡이!” 하고 부를 마음이 없어요. 싫어하는 마음은 싫음씨앗을 심습니다. 걸림돌이라고 여겨 귀찮아 하면 귀찮음씨앗을 심지요. 물그릇에 물을 천천히 따라 보기로 해요. 물은 어느 쪽에도 안 섭니다. 물은 늘 물로 있습니다. 바다에서도 구름으로도 내나 샘에서도 물은 한결같이 물입니다. 치우치지 않을 줄 알기에 늘 옳을 수는 없어요. 안 치우친다지만 등을 돌리면 그냥 얼치기입니다. 어느 쪽을 밀거나 짜증을 내야 하지 않되, 바른눈으로 보고 바른몸으로 살고 바른길로 걷는 매무새이기에, 사랑으로 싸움을 녹여내는 숨결을 심을 수 있습니다. 휘젓는 몸짓에는 사랑이 없어요. 헤살질에도 사랑이 없고요. 한가위 같은 가위요, 눈자위 같은 자위를 품는, 고른 숨결로 사랑을 가운데에 심습니다.


ㅅㄴㄹ


사랑싸움이·싸울놈·싸울짝·놈·놈팡이·녀석·년·그놈·이놈·저놈·그년·이년·저년·밉낯·밉놈·밉것·밉다·밉살맞다·밉살스럽다·밉질·밉짓·막다·가로막다·걸리적거리다·헤살·헤살이·휘젓다·돌·돌멩이·걸림돌·귀찮다·성가시다·짜증·싫다·보기싫다 ← 연적(戀敵)


그릇·물그릇·벼루그릇 ← 연적(硯滴)


치우치지 않다·흔들림없다·바르다·올바르다·옳다·고르다·가운데·어설프다·어정쩡하다·그냥·아무렇게나·얼치기·두루뭉술하다·두루뭉수리 ← 불편부당(不偏不黨), 중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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