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2023.1.24.

오늘말. 첫씨


예부터 노래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마음을 담아 소리로 들려주는 말은 모두 노래입니다. 마음을 안 담고서 읽을 적에 으레 “국어책 읽는 듯하다”고 하지요? 바탕에 즐거운 마음을 얹고서 차근차근 움트는 숨빛으로 소리를 낸다면 어느 글을 읽거나 어떤 생각을 말로 펴더라도 글가락이며 노랫가락으로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마음을 담는 말이듯, 마음이 흐르는 말을 옮기는 글(글꽃이면서 노래꽃)입니다. 아이 둘레에서 흐뭇하게 웃으면서 노래를 들려주는 슬기로운 어른은 오래빛을 물려줍니다. 어른도 예전에는 아이였고, 예전에 아이였던 어른은 옛길을 살던 옛어른한테서 첫길을 느끼면서 마음에 고요히 씨앗을 품습니다. 모든 어른은 첫밗으로 기쁨을 남기고, 모든 아이는 처음 태어나면서 기쁨을 받아요. 누구나 처음에는 조그맣게 걸음을 뗍니다. 누구나 무럭무럭 자라서 걸음걸이에 힘이 붙습니다. 누구나 어느새 첫별로 반짝이다가 첫씨를 뒷사람한테 건네요. 차갑게 얼어붙는 겨울일수록 나무마다 자그만 움이 한결 야무집니다. 들숲 흙바닥에는 새봄에 싹트려는 작은씨가 올망졸망 고개를 내밀려 해요. 삶터를 이루는 밑자락은 바로 새싹입니다.


ㅅㄴㄹ


노래·노랫가락·노래꽃·글·글월·글자락·글가락·가락글 ← 시조(時調)


뿌리·바탕·밑·밑동·밑뿌리·밑싹·밑자락·밑판·밑틀·앞사람·앞님·앞분·앞지기·앞내기·앞어른·어제사람·옛사람·옛분·옛어른·예·예전·옛날·옛길·옛빛·오래빛·오랜빛·어른·어르신·처음·처음길·처음빛·첫길·첫빛·첫밗·첫걸음·첫사람·첫꽃·첫별·첫물·첫싹·첫씨·비롯하다·태어나다·나다·나오다·한아비·씨알·씨앗·씨·움·움트다·싹·싹트다·할아버지·할배·할머니·할매 ← 시조(始祖)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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