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노래꽃 . 스럽다 2022.12.20.
새벽 네 시 무렵이면
벌써 멧새소리 부산스런
하늘 활짝 여는
여름스러운 하루
아침 여덟 시 즈음에
겨우 먼동 천천히 트는
하얗게 고즈넉한
겨울스러운 오늘
제비는 멋스레 곤두박춤
꾀꼬리는 맛깔스레 숲노래
꽃은 발그스레 빛깔잔치
봄스러운 나날
바람은 맑으스레 구름으로
말랑감은 불그스레 입으로
우리는 빙그스레 웃음으로
가을스러운 놀이
ㅅㄴㄹ
‘-스럽다·-스레·-스러이’ 꼴로 어떤 모습이나 숨결이나 느낌이나 티를 담은 듯하거나 닮은 듯하다고 나타냅니다. ‘쑥스럽다’나 ‘게걸스럽다’처럼 쓰고, ‘갑작스럽다’나 ‘어른스럽다’처럼 씁니다. 다 다른 결이나 길을 나타내는 말끝이기에 ‘멋스럽다·맛스럽다’처럼 말할 만하지요. 봄이 봄스럽다면, 낮은 낮스럽습니다. 바다가 바다스럽듯 숲은 숲스럽겠지요. 그 만한 결을 느끼면서 우리 스스로 얼마나 아름스러운(아름다운)가를 문득 돌아보면 어떨까요? 바보스러운 길이 아닌 빛스럽고 사랑스런 꿈을 그립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