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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가짜
요시모토 다카아키 지음, 송태욱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9년 6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2023.1.13.
인문책시렁 266
《진짜와 가짜》
요시모토 타카아키
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6.20.
《진짜와 가짜》(요시모토 타카아키/송태욱 옮김, 서커스, 2019)를 읽었습니다. 책이름을 “진짜와 가짜”로 옮겼습니다만, 일본책 이름을 짚으면 “참과 거짓”이나 “참거짓”으로 옮기는 길이 옳았으리라 봅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외마디 한자말 ‘진짜(眞-)·가짜(假-)’가 퍼졌는데요, 중국을 섬기던 예전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부터 일본에 들러붙은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는 ‘진가(眞假)’나 ‘진위(眞僞)’처럼 한자로 쓰기를 즐겼어요. 이들 글바치하고 우두머리로서는 사람들이 널리 쓰는 삶말인 ‘참·거짓’을 죽어도 안 쓰려 했습니다. 그들로서는 ‘누구나 쉽게 헤아리고 알아듣고 나누면서 생각을 북돋우는 말을 담는 글’을 꺼렸거든요. 누구나 나누는 말글이 아닌, 힘꾼·이름꾼·돈꾼이 거머쥘 말글이어야 한다고 여겼어요.
오늘날 숱한 책(인문책)을 펴면 말글이 참 까다롭거나 어렵거나 고리타분하거나 골때립니다. 무늬는 한글이지만, 속은 한말(우리말)이 아니에요. 생각해 봐요. 겉으로 보기에 한글로 적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을까요? 겉으로만 한글이라면 ‘참(진실)’이 아닌 ‘거짓(사실)’입니다. 쉬운말을 안 쓰는 사람은 모두 거짓꾼(거짓말쟁이)입니다. 쉬운말을 등지는 사람은 눈가림이나 눈속임을 하는 셈입니다.
아기를 낳은 어버이가 아기한테 어렵게 말하지 않아요. 아이를 돌보는 어른은 아이한테 어렵게 들씌우지 않습니다. 아이가 못 알아듣도록 말을 하면서 외우도록 시킬 적에는 아이를 길들여서 노리개나 허수아비로 삼는 셈입니다. 아이가 바로 알아듣도록 쉽게 말할 줄 알아야 비로소 어른입니다. 누구나 쉽게 깨닫고 나누면서 누리도록 말을 하고 글을 쓸 적에 비로소 글님(작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겉글(눈가림글·눈속임글·거짓글)을 쓰는 이들은 참(진실)을 등지려 합니다. 참글을 쓰는 이들은 가리거나 감추거나 숨길 까닭이 없습니다. 겉글을 쓰는 이들은 뒤로 꿍꿍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둘레를 보면 겉글·거짓글로 눈을 가리거나 속이는 이들이 내놓는 책이 수두룩합니다. 참글을 널리 알리면서 읽는 사람이 뜻밖에 매우 적습니다.
앞으로는 우리부터 먼저 바꿀 수 있을까요? ‘참 = 속 = 넋 = 진실’입니다. ‘거짓 = 겉 = 눈가림/눈속임 = 사실’입니다. 한자말 ‘사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읽는 길입니다. 한자말 ‘진실’은 속으로 빛나는 숨결을 읽는 길입니다. 이제는 진짜(진실)하고 가짜(사실)를 넘어, 참·거짓을 헤아리는 이웃을 만나고 싶습니다.
ㅅㄴㄹ
현대는 문명이나 과학이 점점 발달하기만 해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더욱 잘 알 수 있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어리석음은 노골적이 되었습니다. 원인을 밝히자면 그것은 정신이 망가졌기 때문일 겁니다. (26쪽)
문학을 읽으면 감성이 풍부해진다고만 말하면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풍부해지기도 하겠지만 동시에 문학에는 문학 고유의 독이 있기 때문에 분명히 독도 퍼집니다. 그 점은 잊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35쪽)
그렇다면 왜 지금 세대의 작가는 대가가 될 수 없는 걸까요? 그것은 생활인으로서의 인간적인 성숙과 문학적인 감각의 성숙 속도가 일치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26쪽)
전업주부가 되면 손해를 본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만약 전업주부만큼의 시간을 만들 수 없다면 적어도 아이에게 중요한 시간, 즉 유아기와 사춘기만은 차분히 마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178쪽)
지금의 일본은 도덕적으로도 좋지 않기 때문에 품격이나 애국심이나 무사도 정신이라는 것을 부활시키자는 생각이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225쪽)
#吉本隆明 #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