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숲노래 만화책 2023.1.5.

숨은책 760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

 미야자키 하야오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00.11.25.



  곧잘 지난일을 떠올립니다. 푸른배움터를 여섯 해 다닐 적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캄캄길을 걸었고, 인천하고 서울을 전철로 오갈 적에는 집에서 떠나는 첫 버스를 타고 움직였습니다. 날마다 사람물결이 가득한 인천·서울길이나 수원·서울길이나 의정부·서울길은 그야말로 불수레(지옥철)예요. 그때 그 불구덩이를 견딘 힘은 오직 책 한 자락입니다. 밀리고 밟히고 눌리면서도 한 손에 책을 쥐는데, 아직 바람이(에어컨)가 없던 낡은 칸마다 미닫이를 열면 문득 나비가 팔랑거리며 들어와서 사람바다 위로 가볍게 날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더군요. 멍하니 보았어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서울에 일터·배움터를 두고 오가는 얼거리는 ‘얼른 서울에 들어가’거나 ‘얼른 부릉이(자가용)를 몰아야’ 한다고 일깨우는 셈일까요? 또는 서울굴레를 벗어나 조용히 시골로 옮기며 흙을 밟아야 한다는 뜻일까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를 처음 읽던 2000년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책을 팔며 일했고(출판사 영업부), 일을 마치면 서울 곳곳 헌책집에 들러 철마다 다른 바람과 책빛을 쐬었습니다. 숲이 있기에 종이를 얻어 책을 짓는데, 숲이 있어서 서울은 먹고살며 굴러갈 수 있는데, 우리는 숲길을 잊은 채 아직도 총칼(전쟁무기)을 쥐는 수렁입니다.


ㅅㄴㄹ

#NausicaaOfTheValleyOfWind #風の谷のナウシ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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