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 / 숲노래 우리말 2023.1.2.
곁말 85 달걀채
새해맞이 떡국은 좀 다르게 끓입니다. 펄펄 오래 끓이는 동안 달걀을 다섯 알 깹니다. 노른자하고 흰자를 나누어 놓습니다. 작은아이를 불러 노른자랑 흰자를 따로 풀어 달라고 이릅니다. 부침판을 달군 뒤 기름을 붓습니다. 흰자부터 부칩니다. 이윽고 노른자를 부칩니다. 되도록 얇게 부칩니다. 떡국을 다 끓였으면 밥자리를 닦습니다. 이제 떡국을 떠서 자리맡에 앉으라 합니다. 따로 부친 하얗고 노란 달걀부침을 따로 채썰기를 해놓습니다. 접시에 달걀채를 옮겨담고서 이야기합니다. “자, 새해 떡국에는 이 고명을 얹지. 알맞게 떠서 먹으렴.” “고명으로 쓰고 남은 달걀은요?” “길고 가늘게 써느라 남는 달걀이 많잖아? 나머지는 다 곁밥(반찬)이지.” 어릴 적 어머니가 새해맞이 떡국을 하며 비나리밥(제삿밥)에 올릴 달걀을 부치고서 채썰기를 할 적에 ‘고명’하고 ‘지단’이란 말을 섞어서 썼습니다. “어머니, 고명은 뭐고 지단은 뭐예요?” 하고 여쭈면, “응? 고명? 지단? 다 같아.” “그런데 왜 두 가지 말이에요?” “응? 글쎄, 모르겠는데. 그냥 그렇게 써.” 어버이 자리에 서서 아이들한테 새해 떡국을 끓이다가 찾아보니 ‘지단’은 중국말입니다. ‘고명’은 우리말이로군요. 고기붙이 고명은 따로 ‘꾸미’이고요.
달걀채 (달걀 + 채) : 흰자하고 노른자를 나누어서 따로 얇게 부친 다음에 가늘게 썰어서 얹는 달걀. (= 고명·알고명·알반대기. 지단jidan鷄蛋, 계란채鷄卵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