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6 것
우리말에 ‘것’이 있습니다만, 말끝에는 따로 붙이지 않습니다. “이것 뭐야?”나 “낯선 것이 있어.”처럼 씁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봐.”가 아닌 “궁금하면 물어봐”처럼 써야 우리말씨예요.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태어나는 거예요.”가 아닌 “엄마가 기뻐하도록 태어나요.”처럼 쓰기에 우리말씨입니다. “젖소한테서 짠 거지.”는 “젖소한테서 짜지.”처럼 손봅니다. ‘거·것’을 말끝에 함부로 붙이면 말글이 늘어지고 턱턱 막힙니다. 일본이 총칼로 이 땅에 쳐들어오면서 싸움말씨(전쟁용어)가 확 번졌고, 싸움판(군대)에서는 ‘-다·-까’로 말끝을 맺으라고 시키는데, 여기에 ‘것’을 참 자주 써요. ‘거·것’을 쓸수록 딱딱말씨로 뒤틀리면서 아이들이 우리말을 익히는 길을 가로막는다고 할 만합니다. “열매는 풀이 만든 거네?”처럼 길게 늘일 까닭이 없이 “열매를 풀이 지었네?”로 맺을 노릇입니다. 이렇게 써야 소리내기에 부드럽고 단출해요. 아직 잘 모르기에 “잘 모르는 것”처럼 쓰는 분이 있습니다만 우리말씨로는 “잘 모르는”이나 “잘 모른다”로 끊어야 어울려요. 우리가 고요하면서 참하게 우리 살림을 잇는 나날이라면 얄궂은 말씨가 안 스밉니다. 얄궂은 자취를 톺으면 으레 얄궂은 말씨가 튀어나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