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15 주의자



  둘레에서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가슴(마음)이 없고, 늙어서도 사회주의라면 머리(생각)가 없다”는 말을 할 적마다 ‘사회주의자’가 아닌 ‘주의자’라는 말씨를 짚어 봅니다. 영어 ‘-ist’를 일본사람은 한자말 ‘주의자(主義者)’로 옮겼는데, ‘이즘·주의’하고 ‘이스트·주의자’는 “어느 길 하나만 옳다고 여기거나 따르는 모습·몸짓”입니다. 이른바 ‘바라기(팬클럽)’예요. 스스로 바라거나 바라보는 하나만 좋다고 따르는 모습·몸짓이라, ‘바라기·팬클럽 = 이스트·주의자’입니다. 어느 하나만 옳다고 바라거나 바라보기에 불길처럼 타오르는 젊은이입니다. 어느 하나만 옳다고 바라거나 바라보기에 꼰대로 꼬부라진 늙은이입니다. 젊어서도 늙어서도 외곬이라면, 생각이 안 트이고 마음을 안 열어요. 다투거나 싸우거나 금긋기를 합니다. 젊든 늙든, 아이나 어른 누구라도, 온누리를 고루 보며 두루 읽을 줄 알아야 ‘사람’이라고 봅니다. 어느 하나를 좋아할 수는 있되, 되도록 좋아함보다는 사랑으로 가다듬을 노릇입니다. 사랑이란, 스스로 맑고 곱게 피어나는 빛살입니다. 고이거나 갇혔기에 말썽이에요. 틔우거나 열어 사랑으로 가면 스스럼없이 빛납니다. 오직 사랑으로 바라보는 마음일 적에 말을 다룰 만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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