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종이책 2022.10.28.쇠.


모든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에 새기기에, 너희는 이 이야기를 말로 담아서 나타낸단다. 너희가 하는 말은, 너희가 여태 짓고 누리고 엮어서 편 이야기야. 너희가 읊는 말에는, 너희 삶이 고스란히 흘러. ‘좋은말·나쁜말’이나 ‘맞는말·틀린말’이 없이 ‘너희가 처음 태어난 날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살아낸 자취’를 말로 그려낸단다. 그래서 종이책이 없어도 너희는 오직 ‘말’만으로 모두 알 수 있고, 모든 일을 할 수 있고, 모든 슬기를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어. 그런데 이 ‘말’에 흐르는 삶빛을 두려워한 나머지 싹둑 꺾거나 자르려는 무리가 있더구나. 너희가 ‘말’을 잊어서 잃도록 짓밟고 길들이려는 굴레이자 사슬로 ‘글’을 짓더군. 자, 보렴. ‘글’이나 ‘글쓰기’를 밝히거나 가르치는 무리가 무엇을 하니? 그들이 삶짓기나 삶읽기를 하니? 아니지 않아? ‘말을 그려내는 글’이라면 얼마든지 지어서 쓸 노릇이야. 그러나 ‘말을 깎거나 치우거나 자르면서 굴레를 씌울 뿐 아니라 생각을 꺾거나 막는 글’이 판치더구나. ‘일다운 일’을 하거나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길’이라면 오직 ‘말’이 흐르고, 이 말마다 이야기가 감돌지. 너희가 쓰거나 읽는 종이책은 ‘글꾸러미’이니? ‘이야기를 담은 말을 그려낸 사랑이라는 빛꾸러미’이니? 너희 둘레에 넘치는 ‘책’은 거의 다 사슬이자 굴레로 너희 스스로 가둔단다. 그렇다면 넌 어떡하겠니? 사슬이가 굴레이니 다 치우겠니? 아니면 너희가 ‘말을 담은 이야기로 빚은 책’을 천천히 하나씩 지어서 너희 스스로 읽고서 이웃이며 아이들한테 물려주겠니? ‘말’만 듣고 ‘말’만 하렴. 사랑이란 마음으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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