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의 말과 편지
키키 키린 지음, 현선 옮김 / 항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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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12.15.

인문책시렁 269


《키키 키린》

 키키 키린

 현선 옮김

 항해

 2019.6.24.



  《키키 키린》(키키 키린/현선 옮김, 항해, 2019)을 읽었습니다. 스스로 맡은 일을 해나가는 하루를 언제나 새롭게 바라보고 배우려는 발걸음으로 삼으려 했다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배우려고 한다면 어디에서나 배웁니다. 배우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디에서도 안 배웁니다. 배우려는 사람은 설거지를 하다가도 깨닫고, 비질을 하면서도 깨달아요. 안 배우려는 사람은 절집에 깃들어 비손을 오래오래 하더라도 못 깨닫습니다.


  따로 배움터(학교)를 드나들거나 마침종이(졸업장)·솜씨종이(자격증)를 거머쥐어야 배웠다고 할 수 있을까요? 종이란 한낱 종이입니다. 종이로 배움빛을 밝히지 않습니다.


  돈을 거머쥐어야 넉넉하다고 여길 수 있을까요? 돈은 그저 돈입니다. 돈으로는 살림을 밝히지 않아요. 돈이 많아도 마음이 가난한 나머지 살림이 메마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책을 읽었기에 잘 알지 않습니다. 책읽기는 그저 책읽기입니다. 잘 알려면 몸소 맞아들여서 즐거이 누릴 노릇입니다. 풀꽃나무를 책으로 많이 들여다보았기에 풀꽃나무를 알 수 없어요. 풀꽃나무 곁에서 살아가면서 풀꽃나무를 이웃숨결로 받아들이는 하루이기에 풀꽃나무를 천천히 알아갑니다.


  넘어져 보면서 아픈 줄 알고, 아픈 줄 알면서 이웃을 보고, 이웃을 보면서 둘레를 느끼고, 둘레를 느끼다가 새삼스레 ‘나(우리)’를 다시 바라봅니다. 내가 나인 줄 알 적에 나를 새롭게 느껴서 나한테서 배웁니다. 그래요, 나는 나한테서 배웁니다. 나는 남한테서 배우지 않습니다. 그대도 매한가지예요. 그대는 그대 스스로 배웁니다. 누가 그대를 가르치지 못 해요.


  삶은 늘 오늘 여기입니다. 오늘 여기를 보려는 눈길을 틔우기에 차근차근 눈빛이 밝는 사람으로 고요히 설 수 있습니다.


ㅅㄴㄹ


그저 지금 내 상황이 어떤지에만 집중하니까, 불평할 겨를이 없습니다. (47쪽)


그때 데라우치 긴 역할을 하면서 크게 깨달은 것은, 할머니들이야말로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겁니다. 흔히들 남자는 사회적 명예나 지위 같은 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하는데, 여자에게는 그런 것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있죠. (117쪽)


한 번은 자기의 밑바닥을 본 사람이 좋다는 거죠. 그런 사람은 아픔이 뭔지 알기 때문에 대화의 폭이 넓고, 동시에 넘어진 자리에서 변화할 수도 있거든요. (127쪽)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아이가 얼굴을 보고 싶다기에 보여줬어요. 그러자 딸아이가 하얀 천을 열고 시신을 쓰다듬더군요. 그걸 보면서, 실로 죽음이라는 걸 만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가 하는 교육이란 게 있다면 이 정도뿐입니다. (187쪽)


아이는 응석쟁이로 키우면 안 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건 스스로 하게 해야죠. 집안일도 부모가 할 때 같이 시켜야 한다고 보고요. (2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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