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한 방울


우물에 죽음물(독약)을 한 방울이라도 타면 어찌 될까? 냇물에 날마다 죽음물을 들이부으면 어찌 되니? 너희는 죽음물방울을 떨어뜨린 우물이나 냇물이나 샘물을 마시고도 살 수 있어? 너희는 너희 몸이 언제나 눈부시게 튼튼한 줄 그리면서 물을 마시니? 아니면 그냥 목이 마르거나 타니까 벌컥벌컥하니? 죽음물 한 방울로 드넓은 바다를 망가뜨릴 수 있을까? 아니면, 바다는 죽음물 한 방울을 녹여내고 풀어내어 살림물 한 방우로 바꾸어 놓을까? 너희 몸에 살림밥이 들어가니? 너희는 몸에 죽임밥을 집어넣니? 너희 몸은 죽음물 한 방울이 스며들어도 곧바로 녹여내거나 풀어내면서 살림빛으로 돌려놓을 수 있니? 아니면 그냥 죽어버리니? ‘고작 한 방울’일 수 있고 ‘바로 한 방울’일 수 있어. 구름을 보겠니? 빗방울 크기를 잴 수 있겠어? 쪼개고 쪼개도 끝이 나지 않는 빗방울이고 물방울이고 핏방울이란다. 죽음물도 못 쪼개. 죽음길 아닌 살림길을 바란다면, ‘죽음물 없애기·치우기’가 아니라 ‘살림빛으로 녹이고 풀기’를 헤아리고 살피고 생각하렴. 쪼갤 수 없는 비·물·바다·샘이듯, 더 키울 수 없는 비·물·바다·샘이야. 비 한 방울이랑 바다랑 같아. 얕은 물줄기하고 구름이 같아. 페트병에 담은 물이건, 술병에 담은 술이건, 바다를 이룬 물이건 모두 같단다. 넌 어떤 마음으로 물 한 방울을 보니? 남(사회·정부)이 만들어 놓은 물방울이건, 너희 보금자리에서 누리는 물방울이건,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거나 돌아보니? 2022.12.5.한 방울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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