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18.


《나의 종이들》

 유현정 글, 책과이음, 2022.5.25.



어젯밤에 내놓은 미역국 냄비를 아침에 해가 오르면 들인다. 바깥은 너른 싱싱칸이다. 지난 시월부터 바깥마루는 밤새 밥냄비나 국냄비를 놓는 자리이다. 시골밤은 서늘하니까. 뒤꼍 감나무를 올려다보니 크고작은 새가 쪼아먹은 자국이 짙다. 반갑구나. 겨우내 잘 누리기를 바란다. 너희도 아껴서 누릴 테지. 밤구름은 물방울을 흩뿌린 듯하고, 사이사이 별이 반짝인다. 《나의 종이들》은 종이살림을 다루는 듯해서 눈여겨보았지만, ‘종이’보다는 ‘나’를 들여다보는 길에 눈을 맞추었더라. 모든 글에는 ‘나’가 들어간다. 누가 어느 글을 쓰든 ‘나’를 밝힐밖에 없다. ‘종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종이’를 더 다루면서, 어떤 종이에서 어떤 나를 보는가를 풀어낼 적에 빛나리라 생각한다. 책 한 자락을 엮을 적에는 벼리(차례)가 있다. 책에서 벼리란 ‘낱말책 올림말’하고 같다. ‘같은말이 겹치지 않’도록 벼리를 짜고, ‘비슷하지만 다른 낱말을, 그야말로 다르게 풀며 나란히 어우르는 풀이’를 하듯 ‘책이라는 줄거리를 짜고 엮고 풀어낼’ 적에 ‘글쓰기’라고 한다. 그리고 ‘나의’는 일본사람이 ‘my’를 ‘私の’로 옮기며 번진 말씨이다. 우리말은 ‘내·우리’이니, “내 종이”나 “나와 종이”라 해야 어울린다.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좋았다

→ 그런 말을 들으면 즐거웠다


다시 거기에 적합한 형용사를 골라주는 것은 사모님 몫이었다

→ 다시 알맞게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아주머님이었다

→ 다시 어울리도록 그림씨를 골라주시는 마나님이었다


자수성가로 사업을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회사에 많은 투자를 했다

→ 맨손으로 일터를 일군 아버지는 집보다는 일에 많이 쏟아부었다


모두의 하루는 바쁘다

→ 모두 하루가 바쁘다


종이 위에 내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냈다

→ 종이에 내 느낌을 거리낌없이 밝혔다

→ 종이에 내 마음을 고스란히 쏟아냈다


이제껏 모아온 편지, 티켓, 원고 등의 지류는 내 본래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 이제껏 모아온 글월, 길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내 참모습을 들여다보았다

→ 내 속모습을 이제껏 모아온 글자락, 삯쪽, 글종이 같은 종이로 들여다보았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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