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과학
비가 내리거나 회오리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릴 적에 너희는 으레 ‘과학’으로 따지더구나. 그런데, 무지개나 빛무지개·빛기둥(오로라)이나 별똥을 따진다고 하는 ‘과학’은 얼마나 들어맞을까? 너희가 따지는 그 모든 과학은 비가 땅을 살리고 숲을 가꾸고 마음을 달래는 수수께끼를 얼마나 들여다볼까? 모든 빗물은 냇물이면서 바닷물이면서 샘물이고, 너희 몸을 돌고도는 핏물이야. 그런데 과학은 이 수수께끼를 얼마나 환하게 짚거나 풀거나 들려줄까? 너희가 쓰는 종이는 숲을 이루던 나무이잖아? 종이에 나무 기운이 어느 만큼 남거나 흐르는가를 얼마나 또렷이 밝히는 과학일까? 너희 과학은 여태 총칼을 더 세고 크게 북돋우는 길에 이바지했어. 살리는 길보다는 죽이는 길로 돈을 벌고 또 이름을 드날리지. ‘과학’으로는 목숨을 낳거나 짓거나 나누지 못 해. 과학으로는 꽃을 못 피우고, 풀벌레노래나 개구리노래나 물결노래나 바람노래를 못 일으키지. 과학이라는 이름은 오히려 틀에 가두고 생각을 누르고 살림을 치우고 꿈을 등지고 사랑을 밟더구나. 그러나 과학이 나쁠까? 과학이 참길을 밝히는 배움판으로 서도록 안 북돋우거나 안 가꾸는 너희 사람들이 어리석을까? 과학을 믿는 사람하고 종교를 믿는 사람은, 권력을 믿거나 문화예술을 믿는 사람하고 학교를 믿는 사람하고 똑같아. 살림을 돌보는 사람이라면 ‘믿음’이 아닌 오직 ‘사랑’을 포근하게 달래면서 바라보고 품는단다. 2022.10.26.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