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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지음, 전선영 옮김, 박진영 감수 / 가지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숲노래 숲책/숲노래 책읽기 2022.11.28.
숲책 읽기 181
《동네에서 만난 새》
이치니치 잇슈
전선영 옮김
가지
2022.2.1.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전선영 옮김, 가지, 2022)는 뜻있으리라 여겨 마을책집에서 장만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새바라기를 즐기는 마을책집에 나들이를 가던 여름에 장만했고, 고흥으로 돌아가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뭔가 알쏭하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한테 건네었어요.
큰아이나 작은아이나 이 책을 못마땅해 하더군요. 왜 이런 책을 읽으라고 건네느냐며 숲노래 씨를 핀잔합니다. 아이들한테 잘못했다고 빌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대목이 있더라도, 시골이 아닌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운데에도 새바라기를 헤아리는 이웃이 있다고 느낄 책으로 여긴다고 얘기했지만, 투덜투덜 성난 아이들을 달랠 수 없었습니다.
이 책 《동네에서 만난 새》에 나오는 새는 다 똑같이 생겼습니다. 다 다른 새인데, 모든 새를 동글동글 ‘귀염이(캐릭터)’로 바꾸어 버렸습니다. 이 책은 새를 새라는 숨결이 아닌 사람 눈썰미로 따지거나 잽니다. 이 책은 새살림을 가만히 헤아리는 길이 아니라, 짝짓기에 너무 얽매여 다루고, 이 짝짓기도 그저 사람 눈썰미로 구경한 대목에서 그칩니다. 마지막으로 옮김말씨가 안 쉽습니다. 얼핏 보면 어린이도 읽을 만하구나 느낄 텐데, 정작 펼쳐서 읽다 보면, 일본 한자말이나 옮김말씨(번역체)가 너무 춤춥니다.
65쪽에 적듯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은 뭔 소리일까요? 동박새한테 창피한 글이지 싶습니다. 모든 새가 다 다르게 노래하는 줄 모르는 채 새노래를 들으려 했을까요? 69쪽 글도 너무 엉성합니다. 74쪽에서는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이라 적는데, 그저 할 말을 잃었습니다. 93쪽에서는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적는데, 그야말로 새를 얕보는 글입니다. 더구나 사람들이 온누리를 쓰레기판으로 망가뜨린 짓을 스리슬쩍 넘어가는 셈입니다.
이리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마을에서만 새를 구경하지 않기를 바라요. 새가 살던 보금자리를 빼앗은 사람으로서, 오직 새를 새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부터 가다듬기를 바랍니다. 새바라기는 새를 바라보면서 사람이라는 숨결을 새롭게 가다듬는 길이 아닐는지요? 부디 서울(도시)을 떠나 숲으로 가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이처럼 자연을 관찰해서 날씨를 예측하는 일을 옛사람들은 ‘관천망기觀天望氣’라고 하여 다양하게 표현해 왔다. (57쪽)
새는 평소에는 스스로 자기 몸의 깃털을 가다듬지만 신뢰 관계가 있는 커플 사이에서는 서로의 깃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상대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마음을 씀으로써 비로소 한 쌍으로 맺어진 인연이 진정으로 깊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는 해도 동박새 커플은 사람이 보기에도 좀 창피할 만큼 사이가 뜨겁다. (65쪽)
휘파람새에게는 사투리라고 할 만한 지역성도 확인되며, 그 소리를 잘 들어 보면 새들의 노랫소리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고 느껴진다. (69쪽)
많은 동물에게 짝짓기 시간이란 천적에 대한 경계가 느슨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므로 단시간에 끝나는 새들의 짝짓기가 어떤 의미로는 합리적일지 모른다. (74쪽)
도시 새들의 둥지를 보면 쓰레기투성이라서 가엾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새들에게는 자연물이건 인공물이건 튼튼해서 잘 망가지지만 않으면 그만일지 모른다. (9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