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2022.11.28.

오늘말. 오른길


부릉부릉 오가는 길을 보면, 큼지막한 쇳덩이가 오른길에서 불쑥 왼길로 들어서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는,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만 다닐 수 없습니다. 이쪽에서 만나거나 무엇을 보기도 하고, 저쪽에 들어가거나 살짝 다리를 쉬려고 멈출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이 거니는 자리는 으레 좁더군요. 왼길걷기나 오른걷기를 말하기 앞서 거님길이 그냥 좁아요. 손에 짐을 들거나 아이랑 손을 잡고 걷는다면,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하고 부딪힐 만합니다. 지난날에는 모든 길이 그저 길이었어요. 가거나 오거나 디디거나 돌아오거나 모두 호젓하게 흐르는 자리였습니다. 부릉부릉 달리는 곳에서는 말을 섞기 어렵습니다. 커다란 쇳덩이가 큰소리를 내느라 말소리를 잡아먹습니다. 시골에서도 이야기가 사라져요. 손으로 심고 가꾸고 돌보고 거두는 살림을 버리고, 커다란 쇳덩이를 논밭에 들이다 보니, 말을 섞거나 얘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며 일할 수 없습니다. 먼길을 갈 적에는 부릉부릉 몸을 실을 수 있습니다만, 모든 길을 부릉부릉 차지한다면 아이들이 놀 빈터가 없고 어른들이 수다꽃을 피울 쉼터가 없어요. 이제는 뭔가 마쳐야 할 때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말씀하다·말하다·말지기·말님·말꾼·얘기하다·얘기꾼·이야기하다·이야기꾼 ← 화자(話者)


마치다·끝마치다·들어가다·들어오다·돌아가다·돌아오다·오다·집으로·저녁길 ← 하원(下園)


오른걷기·오른길·오른길걷기·오른길로·오른쪽·오른쪽걷기·오른쪽으로 ← 우측통행


왼걷기·왼길·왼길걷기·왼길로·왼쪽·왼쪽걷기·왼쪽으로 ← 좌측통행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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