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5.
《아빠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
김슬옹 글·이승원 그림, 한솔수북, 2022.7.29.
일산에서 이틀째 보낸다. 할아버지네 둘레에 있는 푸른쉼터에서 다리를 쉰다. 큰고장에는 무엇이 있을까. 높은 잿집(아파트)에 부릉이가 가득하다. 가게가 줄짓는다. 돈으로 쓰고 누릴 살림이 많다. 그러나 풀꽃나무는 없다시피 하고, 빗물을 마실 틈이나 냇물에 뛰어들 자리는 없다. 이 틈새에서는 외려 숲을 두려워하거나 바다를 무서워할 만하다. 풀벌레노래를 듣는 이는 누구일까. 새노래를 사랑하는 이는 어디에 있을까. 별빛으로 쉬고 햇빛으로 살림하는 마음은 어디에 있는가. 《아빠가 들려주는 한글 이야기》를 읽었는데 ‘한글 이야기’라 하면서 정작 ‘주시경’은 다루지 않는다. ‘훈민정음’하고 ‘한글’은 “그게 그거 아니냐” 하고 여기는 분이 제법 많은데, 마땅히 둘은 다르다. 위아래(신분·봉건질서)가 단단하던 조선 무렵에 들사람(백성)은 한문은커녕 붓먹벼루를 건사할 수도 만질 수도 엿볼 수도 없었다. 발자취(역사)를 살피지 않고 세종 임금만 추킨다면, 아이들한테 발자취를 잘못 알려주는 셈이다. ‘한글’이란 이름은 ‘일본 제국주의’가 이 나라를 집어삼키던 수렁에서 홀로서기(독립운동)를 바란 주시경 님이 처음으로 지어서 새로 엮어낸 글이다. 글을 처음 엮은 사람도 대단하되, 글을 쓰도록 연 사람을 잊지 말자.
※ 틀렸기에 바로잡을 대목
한자는 뜻글자이고 한글은 소리글자야 (10쪽)
→ 우리가 쓰는 ‘한글’은 ‘우리말’을 담는 소리일 뿐 아니라, ‘우리말’에 흐르는 뜻을 나란히 담습니다. 그래서 한글은 ‘소리글’이기만 하지 않아요. 한글은 ‘뜻소리글’입니다.
“양반들은 큰나라 중국을 섬기는 일에 한글이 방해된다고 생각했어. 일반 백성들은 글자를 알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고” … “아빠, 몸이 아픈데도 백성들을 위해 끝까지 문자를 만드시다니 정말 훌륭한 임금님 같아.” (18쪽)
→ 거의 모든 양반이 한문만 쓰며 중국을 섬기기를 바란 뜻은 맞는데, 세종 임금이 엮은 훈민정음은 바로 ‘중국을 제대로 섬기자는 뜻으로 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양반들은 훈민정음을 거스르지 않았어요. ‘훈민정음 해례본’을 편 뒤에 양반들이 맞서거나 거스르지 않은 까닭은 ‘훈민정음은 그야말로 중국을 섬기려는 뜻으로 엮은, 중국말소리를 모두 담아내는 글씨(발음기호)였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을 위해”가 아니라 “중국을 섬기려고”였으니, 섣불리 ‘영웅 만들기’로 치켜세우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음 글자를 만든 원리
→ 닿소리를 지은 얼개
모음에는 우주의 큰 뜻을 담았어
→ 홀소리에는 온빛을 담았어
→ 홀소리에는 온누리를 담았어
ㄴ 모양이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양과 똑같지는 않은 거 같은데
→ ㄴ 꼴이 혀가 윗잇몸에 닿는 모습과 똑같지는 않은 듯한데
가장 늦게 발명된 문자가 한글이에요
→ 가장 요즘 지은 글이 훈민정음(한글)이에요
→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훈민정음(한글)이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