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4.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연희 글·사진, 봄날의책, 2022.3.21.
아침 일찍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간다. 서울 가는 시외버스는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 한다. 고흥읍 구백 살 느티나무 곁에서 기다리려는데, 이 아름나무 둘레는 쓰레기더미에 할배들 담배잔치에 구정물이 흐르는 냄새가 범벅이다. 고흥살이를 하며 군수가 셋째로 갈렸으나 다 똑같다. 도무지 나무를 안 쳐다본다. ‘작은’ 느티나무, 그러니까 오륙백 살은 너끈히 먹은 느티나무가 사라졌다. 그냥 한숨을 쉰다. 서울을 거쳐 전철로 갈아탄다. 전철에서 내려 걷는다. 일산마실이다. 먼저 아이들 이모네로 갔다. 쉬엄쉬엄 있다가 저녁나절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다. 가시아버지는 몸져눕는 나날을 맞이해도 끈(이녁 세 아이한테 아파트를 못 사주었고 뭘 못 했다는 푸념)을 못 놓는다. 끈 말고 꿈을 헤아릴 때인데, ‘꿈 = 돈’일 수 없는데, 이 사슬에서 벗어날 엄두를 못 내신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읽고 아쉬웠다. 책 한 자락을 어렵게 내야 하지는 않되, 글도 그림(사진)도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으로 추스르고 토닥이는 눈빛을 밝힐 수 있기를 빌 뿐이다. 틀림없이 사랑을 담아 글을 여밀 수 있다. 누구나 사랑으로 찰칵찰칵 찍을 수 있다. 겉멋이 아닌 오직 사랑 하나로 바라보고 품자. 남 눈치 아닌 우리 눈빛으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