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2.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

 이형빈 글, 나라말, 2008.12.30.첫/2010.5.31.2벌



아침 일찍 새옷을 빨래한다. 새옷에 깃든 죽음물(화학약품)을 빼내려고 잿물(E.M.)에 한참 담그고서 비빔질을 하고, 또 한참 헹군다. 이렇게 해도 죽음물 냄새는 다 안 빠진다. 며칠쯤 햇볕하고 바람을 쏘여야 한다. 밤에는 별빛까지 먹인다. 사람도 풀꽃나무도 뭇숨결도 매한가지일 테니, 해바람비에 별빛을 고루 머금을 적에 튼튼하고 아름다우리라. 우리 집 아이들은 죽음가루(화학세제)로 빨래한 옷을 입은 이웃사람을 만나면 코부터 감싸쥔다. 그러나 거의 모두라 할 둘레 사람들은 죽음가루로 빨래를 한다. 더구나 꽃가루(화장품)를 바른 이웃사람을 만나면 멀찍이 떨어진다. ‘화학세제’는 ‘죽음가루’이다. 화학세제를 물이나 흙에 풀면 헤엄이나 푸나무가 다 죽는다. 그런데 이런 가루를 사람들은 옷에 범벅을 한다. 화장품을 물이나 흙에 풀면 어찌 될까 생각해 보고서 얼굴에 바르는 사람이 있을까? 《국어 지필평가의 새 방향》을 책집에서 읽다가 제자리에 두었다. 책이름에서 ‘새’만 우리말인데, 이런 책도 쓰거나 읽을 만할 텐데, 참 많이 갑갑하다. 배움터에서 말글을 이렇게 바라보고 다루니, 어른도 아이도 젊은이도 글님(작가)도 몽땅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쓸 줄 모르는구나 싶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말을 도로 찾으려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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