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10.28.

오늘말. 토씨


우리말 ‘골’을 보면, ‘고을’을 줄인 말이고, ‘골짜기’를 가리키고, ‘머리에 깃들어 생각을 일으키는 곳’이고, 아플 적에 ‘골골’대고, 부아가 나는 모습을 ‘골’을 부린다고 나타냅니다. 글씨는 같아도 쓰임새는 다른 ‘골’은 ‘10000’을 세는 오랜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 다른 말에는 모두 다른 삶이 흐릅니다. 하루하루 살아오며 새롭게 뜻을 보태고, 도란도란 어우러지면서 여러 이야기가 붙습니다. 문득문득 이 길을 돌아봅니다. 즐겁게 읽어 꽃적이를 해놓은 글을 되새기고, 사랑이 흘러넘치는 말마디를 곱씹습니다. 나락이 물결치던 들은 까막까치하고 참새하고 멧비둘기가 내려앉는 빈들로 바뀝니다. 한가을까지 노래를 들려주던 뭇풀벌레는 겨울을 맞이하면 모조리 흙으로 갑니다. 아침저녁으로 흐르는 바람은 숱한 숨결이 엮는 노래를 들려줍니다. 밤마다 돋는 별은 덧말도 군말도 없이 반짝이는 마음을 밝힙니다. 일마다 토를 붙이는 사람이 있지만, 아무런 토씨가 없이 상냥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적이를 하다가 붓을 멈춥니다. 자칫 휩쓸린다면 가만히 춤추다가 제자리로 가면 돼요. 얼핏설핏 나들이를 하듯 홀가분하면 되더군요.


ㅅㄴㄹ


골·뭇·가득·그득·잔뜩·다·모두·모조리·몽땅·넘치다·흘러넘치다·많다·물결치다·숱하다·수북하다·수두룩하다·설마·자칫·어쩌다·비록·얼핏·설핏·문득·그러나·그렇지만·그런데 ← 만(萬)


꼬리말·꼬리글·꽃적이(*)·별적이(*)·끝붙임·끝보탬·끝풀이·덧·덧말·덧잡이·덧붙이·덧붙임·덧이야기·밑풀이·바탕풀이·보탬말·보탬글·붙다·붙임·붙임말·붙임글·아랫잡이·아랫붙이·적이·적바림이·토·토씨 ← 주(註/注)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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