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노래꽃/숲노래 동시
토씨노래 . 만 2022.9.19.
땅만 보며 걷다가는
넘어지기 쉬워
하늘만 보며 걸으면
걸리거나 빠지기 쉬워
나만 바라보지 않아
너도 우리도 함께 봐
꽃만 쳐다보지 않아
풀도 나무도 새도 봐
놀기만 한 적 없어
일도 살림도 심부름도 해
먹기만 하지 않았어
짓고 차리고 치우기도 해
말로만 한다면 거짓이야
글로만 쓴다면 허울이지
서울만 크면 숲이 죽고
사람만 아끼면 별이 울어
+ + +
“○○만 하지 말고 ○○ 좀 해라” 하고 나무라는 어른이 많아요. 그런데 어린이는 ‘○○’만 할까요? ‘○○’도 하고 ‘○○’도 하며 골고루 살피는데, 정작 어른들이 어린이 온삶을 못 보고서 조그마한 곳‘만’ 보거나 나무란다고도 느껴요. 잠만 잔대소 ‘잠보’요, 먹기만 한대서 ‘먹보’일 텐데, 곰곰이 보면 하나‘만’ 빠져드느라 둘레나 이웃을 놓치거나 못 보기도 합니다. 이곳‘만’ 볼 노릇이 아닌, 이곳‘을’ 보고, 나‘만’ 보기보다는 나‘를’ 볼 줄 알아야지 싶어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