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28.


《어떤, 낱말》

 아거 글, KONG, 2019.10.1.



아침에 인천에서 불수레(지옥철)를 타고서 서울로 건너온다. 서른 해쯤 앞서 겪던 불수레에 대면 2022년 불수레는 귀엽다만, 불수레는 엇비슷하게 불수레이다. 밀고 밟고 새치기하고 장난이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불수레에 몸을 싣는 사이에 불같이 버럭거리거나 마음을 활활 불사르기 쉬우리라. 또는 옆사람을 밀고 밟고 새치기하는 물결에 길들기 쉽겠지. 이러다가 숲빛을 잊고 들빛을 잃으며 꽃빛이란 마치 처음부터 사람한테 없었다고 여기기 쉬울 테고. 철수와영희 펴냄터(출판사) 일꾼 두 분을 만나고서 헌책집 〈숨어있는 책〉으로 건너간다. 우리말꽃을 여미는 길에 이바지할 책을 한가득 장만한다. 의정부로 새삼스레 불수레(지옥철)를 타고 달린다. 불수레에서 손에 책을 쥔 사람은 나 혼자. 서울을 벗어나자니 한갓지다. 《어떤, 낱말》을 읽었다. 글님이 이녁 삶을 차근차근 옮긴 이야기가 수수하다고 느끼면서도, 군데군데 끼어드는 멋말(멋부리는 말씨)이 걸린다. 굳이 글치레를 해야 할까? ‘안분지족(安分知足)·안하무인(眼下無人)·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한자를 티나도록 쓰는 겉글로 무슨 삶을 밝힐까. 중국말도 일본말도 미국말도 아닌, ‘남말’이 아닌 ‘나말(나를 보는 말)’인, ‘우리말’로는 삶을 옮길 수 없는가.


안분지족(安分知足)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지

→ 아늑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지

→ 느긋 따위는 개나 물어가라지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속담을 이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거드럭댄다. 이들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옛말을 하나도 모를 듯하다

→ 우쭐댄다. 이들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라는 삶말을 통 모를 듯하다


마음에 부는 바람은 조변석개(朝變夕改)에 천변만화(千變萬化)다

→ 마음에 부는 바람은 늘 바뀐다

→ 마음에 부는 바람은 춤춘다

→ 마음에 부는 바람은 출렁거린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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