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살문 느림보 그림책 48
김지연 글.그림 / 느림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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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24.

그림책시렁 1080


《꽃살문》

 김지연

 느림보

 2014.5.26.



  중국말로 이야기를 하고 한문으로 글을 적던 임금·벼슬아치·글바치는 ‘흙집’이나 ‘풀집’이란 우리말은 모르고 ‘초가(초가집)’라는 한자말만 썼습니다. 중국말하고 한문을 쓰던 그들은 손수 집을 지은 적이 없으니 시골사람이 무엇으로 어떻게 집을 짓는 줄 몰랐을 테지요. 임금·벼슬아치·글바치는 집짓기만 모르지 않아요. 옷짓기하고 밥짓기도 모르고, 논짓기하고 밭짓기도 모릅니다. 그리고 말짓기를 모르고, 마음짓기에 사랑짓기에 꿈짓기를 모릅니다. 《꽃살문》은 지난날 ‘나리살림(양반문화)’을 익살스럽게 잘 담아냅니다. 그러나 아쉬워요. 지난날 나리집(가옥)은 한 줌조차 안 됩니다. 거의 모두 흙집(농민가옥)이었습니다. 나리집에서 우쭐대던 윗내기 모습이 아닌, 흙집에서 수수하면서 사랑으로 살림을 가꾸던 아기자기하면서 살뜰한 모습을 얼마든지 담아낼 만한데, 막상 쟁기에 낫에 바늘에 베틀에 물레에 절구에 부엌칼에 도마에 솥에 천기저귀에 바지랑대에 다듬잇돌에 …… 이런 수수한 살림빛을 그려낼 어른은 없는가요? 임금집(궁궐)이나 나리집은 이제 그만 그리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임금놀이나 나리놀이가 아닌, 살림노래를 부르면서 이 땅 아이들이 물려받아 새롭게 꽃피울 사랑살림을 그려낼 수 있기를 바라요. 들꽃하고 벗하고 풀벌레하고 어깨동무하는 나즈막한 풀빛을 그리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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