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2.10.23.
숨은책 758
《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
Maria Sibylla Merian 글·그림
Lanoo Books
2016.
1647년에 태어난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님은 독일사람인 아버지에, 네덜란드사람인 어머니를 둡니다. 시앗(후처)으로 들어간 집에서 거의 사랑받지 못 하며 자라던 메리안 님은 어릴 적부터 들에서 놀기를 즐겼고, 풀꽃나무뿐 아니라 ‘풀꽃나무에 깃드는 벌레’를 눈여겨보며, 이 벌레가 나비로 깨어나는 모습을 낱낱이 지켜보았다지요. 꽃이나 나비를 그리는 사람은 많아도 ‘나비가 어떻게 깨어나는지’ 살피거나 이를 담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뿐 아니라, ‘벌레를 가까이하거나 그림으로 담으면 마녀사냥으로 몰려 죽을 수 있던’ 그즈음, 몰래 벌레를 집에서 기르며 고치·날개돋이를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끝내 독일을 떠나야 하면서 어머니 나라인 네덜란드로 건너갔고, 밭짓기하고 그림그리기로 늙은 어머니와 두 딸을 돌보았다지요. 유럽하고 사뭇 다른 수리남을 어렵사리 다녀온 뒤 ‘풀벌레 한살이·눈부신 나비’를 이 풀벌레가 좋아하는 풀꽃나무랑 함께 그림으로 담아 1705년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펴내기도 합니다. 이 책은 2016년에 《Maria Sibylla Merian : Metamorphosis Insectorum Surinamensium》란 이름으로 새로 나오지요. 풀꽃 곁에는 풀벌레가 있고, 풀벌레는 풀꽃하고 함께 살아갑니다. 풀꽃이 맺는 열매하고 풀잎이 사람들 밥이니, 사람은 풀벌레가 곁에 있어야 밥살림을 지어요. 풀꽃나무를 사랑하려면 풀벌레를 사랑하고, 모두 어우러지는 숲을 사랑하자는 뜻이 그림에 물씬 흐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