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숲노래 책넋 2022.10.19.

책하루, 책과 사귀다 143 거짓책



  1992년부터 책느낌글을 씁니다. 어느덧 서른 해 넘게 책느낌글을 쓰는데, 지난날에는 아름책(추천도서) 이야기를 신나게 썼다면, 요즈음은 거짓책(비추천도서) 이야기를 자꾸 씁니다. 지난날에는 책동무 스스로 읽고 느낀 대로 ‘아름답다·아쉽다’ 같은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흐름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서평단·팬덤’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너울이 사나워 ‘아쉽다’는 말이 쑥 들어가요. 게다가 어느 책이 어느 대목에서 아쉽거나 안타깝다고 찬찬히 짚거나 밝히는 느낌글을 쓰면 ‘명예훼손 고발’을 하겠다거나 ‘누리책집지기(인터넷서점 관리자)’한테 일러서 ‘검은이름(블랙리스트)’에 오르도록 괴롭히기까지 할 뿐 아니라, 여러모로 뒤나 둘레에서 ‘아쉬운 책을 아쉽다고 말한 글지기’를 들볶거나 따돌리는 짓이 춤춥니다. 아름책을 짓거나 여민 이라면, 아름책에서도 아쉬운 대목을 짚는 글이웃을 반기고 서로 글동무로 지냅니다. 거짓책을 꾸미거나 팔아치우는 이라면, 무엇이 거짓이고 껍데기이며 못나거나 얄궂은가를 알려주어도 스스로 배워서 아름답게 거듭날 마음이 없이 새삼스레 거짓질에 겉발림질로 치닫는구나 싶어요. 한때 거짓책을 내놓으며 장사질(베스트셀러 욕망)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숲을 사랑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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