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2.10.19.

오늘말. 녹다


서울은 집도 사람도 많습니다. 가게를 차려 장사하는 사람이 줄짓고, 길에서 장사하는 사람도 숱합니다. 때로는 수레에 살림을 싣고 장사를 합니다. 더 하고 싶지 않으면 끊습니다. 오래오래 하며 언제나 즐거운 일이 있고, 조금 했으나 이내 물리는 일이 있어요. 반갑다면 품을 테고, 안 반갑다면 쳐내요. 싫기에 도리도리 고개를 젓고, 바람이 불어 살살이꽃이 살래살래 꽃송이를 흔듭니다. 여름이 끝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에 가을걷이를 마치면 어느덧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입니다. 휭휭 부는 바람에 가랑잎이 날립니다. 억새씨가 가을바람에 하얗게 날아갑니다. 새길을 떠나는 씨앗은 길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요. 저기 봐요. 바람을 타고서 흩날리는 씨앗이 하하호호 웃어요. 낯선 길일 텐데 모두 어디로 마실을 가려나 두근두근하는 마음이에요. 씨앗이 모두 날아가면 억새줄기는 가늘고 허전해 보일까요. 씨앗이 다 사라져서 서운할까요. 억새도 모든 들풀도 씨앗을 기꺼이 내보내면서 홀가분하리라 느껴요. 눈물을 흘리지 않고 가만히 잠들어 겨우내 몸을 녹여 흙으로 돌아가요. 눈바람이 없어지면 새삼스레 봄이에요. 땅밑살림이 늘어나는 하루입니다.


ㅅㄴㄹ


길장사·길가게·길판·수레가게·수레장사 ← 가판(街販)


물리다·치우다·치다·쳐내다·자르다·끊다·버리다·내버리다·내치다·물리치다·고개젓다·손사래·도리도리·절레절레·살래살래·끝내다·마치다 ← 기각(棄却)


날리다·날아가다·녹다·잃다·사라지다·없어지다·다치다·피나다·피흘리다·흘리다·털리다·밑지다·밑값·밑돌다·빚 ← 로스(loss)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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