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그녀 2
하루나 레몬 지음,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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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숲노래 그림꽃 2022.10.16.

혼자 쓰지 말고 같이 쓰렴



《보통의 그녀 2》

 하루나 레몬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3.25.



  《보통의 그녀 2》(하루나 레몬/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22)을 읽고 다시 읽고 천천히 되읽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그림꽃에 나오는 아가씨는 “같이 있을 수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24쪽).” 하고 말하지만, 정작 ‘같이 있기’만으로는 넉넉하지 않기에 글을 쓰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가 쓰는 글은 ‘같이 있으면서 즐거운 짝꿍’ 이야기입니다.


  짝꿍하고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썼다면 누구보다 짝꿍한테 먼저 보여줄 노릇이에요. 그런데 아가씨는 짝꿍이 아닌 남한테 먼저 보여주었고, 남이 말하는 대로 ‘시 공모전’에 냈으며, ‘시 공모전에 붙어 짝꿍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제(짝꿍인 사내) 이야기를 갑자기 누리판(인터넷)에서 만날 뿐 아니라, 이 이야기를 쑥덕거리는 일터 젊은 아가씨들 입방아에 올라서 몹시 버거워’ 합니다.


  그저 같이 있기에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는데, 그저 같이 있기로 하지 않고 ‘같이 있는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했다면 어떡해야 하는가 찬찬히 생각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남(동무라 하더라도)보다 짝꿍한테 먼저 말할 노릇입니다. 짝꿍은 ‘절름발이로 살아온 나날로 너무 고단한 나머지 이녁 삶을 고스란히 글로 담을 엄두를 못 내는 마음’입니다. 아가씨도 아가씨 삶길을 고스란히 글로 담기까지 오래도록 마음앓이를 해온 만큼, 짝꿍더러 왜 갑자기 같이 나아가지 못 하느냐고 다그친다면, 짝꿍은 몹시 힘겹겠지요.


  아가씨 스스로 ‘수수한(보통의 그녀)’ 사람으로 살아오려 발버둥을 쳤지만 ‘누구나 다른 줄 깨달았다’면, ‘절름발이가 없는 곳에서 절름발이로 살아가는 짝꿍’한테 들려줄 말을 더 살필 노릇이리라 느낍니다. 아가씨는 ‘짓시늉(의태)’을 하면서 ‘겉으로는 멀쩡한(?), 그러니까 수수한 모습으로 꾸밀’ 수 있습니다만, 짝꿍인 사내는 ‘짓시늉’을 할 수 없기에 ‘겉으로 보기에도 안 멀쩡한(?), 그러니까 겉으로도 속으로도 절름발이가 드물거나 없는 곳에서 혼자 절름발이로 티가 나는 모습을 속으로 견디는’ 삶이에요.


  그러나 누가 옳거나 그르다고 가를 수 없습니다. 아가씨는 동무를 만났고, 한때 짝꿍이던 사내는 아직 동무가 없습니다. 젊은 사내도 동무를 만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동무가 있든 없든 먼저 스스로 ‘누구나 다르며, 모든 사람은 참말로 다르기에 스스로 마음으로 빛나는 길을 신나게 걸어가면 어느새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펴는구나’ 하고 깨달으리라 봅니다. 이 같은 대목을 그리지 못한 채 서둘로 매듭을 지은 《보통의 그녀》라서 아쉽습니다. 순이도 돌이도 삶을 고스란히 말로 들려주고 글로 옮길 수 있기를 바라요. 바깥(사회)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흐르는 사랑빛을 늘 가만히 마주하면서 스스로 노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지금 밤이 샌다. 모든 밤에 아침은 온다. 하나의 캄캄하고 캄캄한 밤이 빛을 맞이하며 고요히 끝난다. 고요한 아침에 누워 있는 하나의 몸, 몸, 몸, 그 피가 흐르는 따스한 살덩어리,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그 몸, 몸, 몸! 따뜻한 피부. 맥박 치는 몸.’ (13쪽)


“좀더 철저히, 천천히 솔직해져서 저 자신을 다 벗겨서 드러내고, 그래서 좋은 시를 쓸 수 있겠죠. 그건 정말 무섭지만, 저는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그 저편에 있는 것을 보고 싶어요. 세상의 평가는 어떻든 상관없으니까.” (48쪽)


“다루 양. 평범한 사람 같은 건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어 …… 단 한 사람도 없는 거야. 존재하지 않는 환상을 행복의 열쇠라고 생각해선 안 돼.” (78∼79쪽)


“난, 하지만 쓰기로 결심했어. 나는 나를 위해 쓰기로 결심한 거야. 헤어지자.” (89쪽)


‘나는 내 힘으로 나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 내 손으로 나를 끌어안을 수 있다. 그것이, 희망이 아니면 무엇인가.’ (97쪽)


#はるなれもん #ダルちゃん #はるな??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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