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의 왼손
나카가와 히로노리 지음, 김보나 옮김 / 북뱅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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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2022.10.16.

그림책시렁 1074


《미카의 왼손》

 나카가와 히로노리

 김보나 옮김

 북뱅크

 2022.8.10.



  배움터(학교)라는 이름인 곳은 참말로 배움터가 아니기 일쑤입니다. 어질게 가르치고 슬기로이 배우는 터전이 아니라, 다 다른 아이를 똑같은 틀에 짜맞추어 ‘누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움직이도록 길들이는 굴레’ 노릇이 훨씬 큰 오늘날입니다. 아니, 지난날 배움터도 ‘나라가 시키는 일에 몸바치는 톱니바퀴로 길들이는’ 구실이었어요. 먼 옛날 글집(서당)은 ‘중국말을 나누며 일하는 나라(정부)를 따르는 틀을 길들이는 데’였고,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와서 세운 배움터도 ‘일본 우두머리한테 몸바치는 허수아비를 기르는 데’였으며, 이 땅에 새로 선 총칼잡이(독재자) 서슬이 시퍼렇던 나날도 언제나 ‘얌전한 허깨비를 길들이는 노릇’이었는데, 이제는 배움수렁(입시지옥)판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비슷합니다. 《미카의 왼손》에 나오는 미카란 아이는 ‘남과 다르게 굴지’ 않습니다. ‘미카란 아이 숨결대로 살아갈’ 뿐입니다. 그러나 ‘남과 똑같이 따르지 않는 미카’는 배움터에서 눈엣가시나 외톨이가 될 만해요. 똑같이 굴어야 동무이지 않아요. 서로 다른 숨결이면서 즐겁게 한마음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놀고 수다를 펴기에 동무입니다. 겉모습이 아닌 속마음을 마주하면서 어깨동무를 하기에 비로소 이웃이에요.


ㅅㄴㄹ


#ミカちゃんのひだりて #中川洋典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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