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14.


《14마리의 빨래하기》

 이와무라 카즈오 글·그림/박지석 옮김, 진선아이, 2022.7.26.



어제보다 구름이 적다. 어제보다 조금 덥다. 가을 첫머리라도 아직 여름기운이 흐른다. 거꾸로 여름 끝자락이면 어느새 가을기운이 감돈다. 늦가을이어도 겨울기운이 도사리고, 늦겨울이어도 새봄빛이 맺힌다. 그냥 하나인 철은 없고, 언제나 다르면서 새롭게 흐르는 나날이다. 해가 지고서 별이 돋는다. 별이 돋으니 해가 진다고 할 수 있을까. 어제는 구름이 짙어 별바라기를 조금만 했다면, 오늘은 구름이 적으니 별바라기를 넉넉히 할 만하다. 하루 내내 풀노래를 누린다. 첫가을은 그야말로 풀벌레 노래잔치가 하룻내 퍼진다. 자전거조차 없이 오롯이 두 다리를 사랑하던 지난날 사람들은 다같이 풀노래를 즐겼다면, 부릉부릉 매캐하게 방귀를 뀌어대는 쇳덩이에 기대는 오늘날에는 풀노래가 자꾸 스러진다. 《14마리의 빨래하기》를 읽었다. 일본 그림책 이름이 “14ひきの”이기는 하지만, 일본말씨 그대로 옮기지 말고, 우리말씨로 손질해서 “14마리가 빨래하기”처럼 써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부터 읽는 책이잖은가? 어린이가 우리말씨 아닌 일본말씨에 길들면 즐거울까? 아닐 테지? 펴냄터도 옮김빛도 글님도 우리말을 헤아릴 노릇이다. 또는 “14마리 빨래하기”나 “빨래하는 14마리”처럼 아무 토씨가 없이 책이름을 쓸 만하다.


#いわむらかずお #14ひきのシリズ #14ひきのせんた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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