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마음노래
악당
온누리는 그저 ‘삶’인데, 삶은 좋거나 나쁠 수 없이, 모두 새롭게 마주하면서 보고 느껴 배우는 나날인데, 너희가 ‘삶보기’를 안 하면서 “좋아! 싫어!”라든지 “좋아! 나빠!” 하고 자꾸 갈라서 싸우려는 마음이기에 ‘아군(우리 쪽)·적군(악당·저쪽)’으로 나누더구나. 왜 좋아야 할까? 왜 싫거나 나빠야 할까? 왜 저쪽을 나쁘거나 싫다고 여기면서 깎아내리거나 비웃거나 놀릴까? 너희는 ‘풍자(익살)’라는 한자말을 내세워서 ‘갈라치기(분열·분단·차별)’를 해대는데, ‘너랑 마음이 다른 사람’을 왜 나쁘다거나 싫다고 손가락질을 하니? ‘네 마음을 어느 누구도 깎아내리거나 얕보아야 하지 않다’면, 너도 ‘너랑 다른 마음’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어깨동무하는 길을 새로 찾아서 열어야 하지 않을까? 이른바 ‘진보는 풍자 대상이면 안 되는’데, ‘보수는 풍자 대상이어도 될’까? 사람들이 어느 쪽에 서건 그들은 그들 마음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저쪽이 총을 들었으니 너희도 총을 들어야 하면, 누가 ‘나쁜놈(악당)’일까? ‘우리 쪽에서 드는 총’은 ‘착한일’이니까, 저쪽을 몽땅 때려부수고 죽여야 하니? 너희 그런 마음이 ‘농약’을 만들어서 ‘좋은풀(곡식·약초)’하고 ‘나쁜풀(잡초)’로 가르더구나. ‘학교를 다녀야 착하고 좋으’며, ‘학교를 안 다니거나 그만두면 나쁘다’고도 여기지. 네가 “삶을 안 보고서 ‘좋다·나쁘다’로 가르는 마음”이 ‘싸움(전쟁)’을 일으키고 나쁜놈(악당)을 만들어내지. 이런 네 마음은 ‘삶’이 없으니 ‘살림·사랑’도 ‘사람’도 없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