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0.8.
《멋진 하나》
강기화 글·홍종훈 그림, 동시요, 2021.12.1.
곁님은 커피콩을 절구에 빻아서 가루를 낸다. 숲노래 씨는 틈틈이 읍내마실을 하면서 커피콩을 장만해서 드린다. 오늘 저잣마실을 갈 적에 튀김닭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받았으나, 고흥살이 열두 해에 걸쳐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여길 튀김닭집이 마침 쉰다. 다른 곳은 열지만 그다지 안 가고 싶다. 곁님하고 아이들 심부름을 챙기려고 읍내를 부지런히 걸으며 가을빛이란 뭘까 하고 생각한다. 가을풀노래를 듣는 이웃은 어디에 몇이나 있는가 모르겠다. 고흥군 새 군수는 ‘문화도시 사업’을 꾀한다는데, 무엇이 ‘문화’라고 여길까? 지난 열두 해 동안 이 고장에는 아무런 삶빛(문화·예술)이 없는 줄 신물나게 보았다. 《멋진 하나》를 돌아본다. 말장난을 줄이고서 ‘삶말’을 헤아렸다면 퍽 싱그러이 노래꽃(동시)으로 피어날 만했으리라 본다. 글을 왜 멋부리면서 쓰려 할까? 하긴, 아직도 ‘대학 논문’은 한자말을 안 쓰면 ‘논문이 아니라’고 손사래친다잖은가. 숲노래 씨도 1998년에 논문을 낼 적에 쉬운말로만 썼더니 교수란 분이 “이걸 어떻게 받아?” 하고 눈살을 찡그렸다. 1993년에 ‘대학입시 논술’을 치를 적에도 ‘한자말은 반드시 한자를 밝혀 적도록’이란 말을 들었다. 우리한테 우리말이란, 글이란, 노래란 뭘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