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지키는 아이,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지음, 문주선 옮김 / 찰리북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어린이책 2022.10.8.

맑은책시렁 283


《살바도르》

 파트리시아 헤이스 

 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1.10.



  《살바도르》(파트리시아 헤이스/문주선 옮김, 찰리북, 2021)는 ‘살바도르’란 이름인 어느 아이가 펴는 ‘숲돌봄’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아이는 까마득한 옛날부터 언제나 숲을 포근히 돌보고 사람들을 일깨우고 풀꽃나무하고 동무했다지요. 다만 아이 모습으로 살면서 숲돌봄을 했다니, 나이로 치자면 만 살이거나 10만 살이거나 100만 살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겉모습으로 나이를 재기 일쑤요, 겉차림으로 사람값을 따지기조차 합니다. ‘어른’이 아닌 ‘나이 많은 사람’이 하는 말이 옳을까요? ‘삶을 사랑하며 슬기롭게 살림을 짓는 마음’이 없을 적에 함부로 ‘어른’이란 이름을 붙여 주어도 될까요? 슬기롭지도 어질지도 참하지도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으면서 나이만 먹은 사람이라면 ‘늙은이(낡은이)’라고 해야 알맞다고 봅니다.


  몸이 크든 작든, 나이가 많든 적든, 숲을 사랑하는 사람일 적에 ‘숲사랑·숲돌봄’입니다. 몸이 크고, 나이가 많고, 돈이 많고, 이름이 높고, 힘이 세다지만, 조금도 숲을 안 사랑할 뿐 아니라 숲을 망가뜨리거나 죽이는 짓을 한다면 ‘늙은이(낡은이)’란 이름이 어울립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멀쩡한 멧자락에서 잘 자라던 나무를 베고서 어린나무를 새로 심는 짓’을 마치 ‘잿빛씻기(탄소중립)’라도 되는 듯 떠벌입니다. 풀죽임물(농약)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잔뜩 뿌리고서 비닐을 덮는데 ‘친환경농업’이란 이름을 붙입니다. 들숲바다이며 시골이며 서울까지 다 망가뜨리는 짓을 하지만, 정작 ‘그린·초록·녹색’ 같은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이 나라에 떠도는 갖은 말은 껍데기예요. 숲에서 안 살 뿐더러, 숲하고 등진 서울 한복판 잿빛집에서 사는 눈으로 이름만 ‘그린·초록·녹색’에다가 ‘친환경’이라 붙인들, 숲을 아끼거나 보살피는 길하고는 동떨어집니다.


  숲돌봄이는 살바도르 한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온누리 숱한 아이들은 다 다른 이름으로 숲돌봄이라는 숨결을 품고서 태어납니다. 살바도르만 나비하고 말을 섞을 수 있지 않아요. 온누리 모든 아이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해바람비랑 수다를 떨 줄 아는 숨빛으로 태어납니다. 다만 온누리 거의 모든 아이들은 어른들이 억누르거나 틀에 가두거나 심부름만 시키거나 배움터(학교)에 몰아넣으면서 그만 빛을 잊거나 잃어요.


  열두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사이에 배움수렁에 갇히는 아이들입니다. 네 해를 더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고 나면 바깥물(사회생활)에 찌들어 젊음이란 몸짓까지 잃는 아이들입니다. 살바도르를 멀리에서 안 찾아도 됩니다. 모든 어른도 아이였을 적에는 벌나비랑 속삭이고 잠자리랑 놀 줄 아는 숲사람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우리 마음빛을 차근차근 되찾을 노릇입니다.


ㅅㄴㄹ


“나비는 나비 언어로 말하죠.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언어가 있거든요. 누구든지 배울 수 있어요.” (47쪽)


백인 남자들은 계속해서 무기를 들여오고, 원주민 주술사들이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옮겨 왔다. (67쪽)


“원숭이가 먹는 과일은 사람한테도 좋아요.” 응구이가 손짓으로 메리투스에게 먹어도 되는 과일들과 안 되는 과일들을 가리켰다. (98쪽)


“메리투스가 이곳에 온 건 우연이 아니에요. 메리투스의 몸이 메리투스를 스스로 움직이게 만든 거예요.” (123쪽)


지금까지 직원들은 원주민을 본 적이 없었기에 아예 없는 사람들로 취급했다. 원주민을 보려고 하는 마음조차도 없었다. (16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