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9.6.


《나비》

 헤르만 헤세 글/홍경호 옮김, 범우사, 1989.12.10.



어제 지나간 돌개바람은 가벼웠지만 포항에서는 큰일이 터졌다. 커다랗거나 무시무시하지 않은 돌개바람으로도 포항이 물밭을 겪는다면, 그 고장 벼슬꾼(공무원)은 여태 뭘 했을까. 모든 아이들이 시골을 버리고 서울(도시)로 몰리도록 북돋우는 나라요, 서울에서 나고자란 아이들이 시골살이를 그리도록 알려주는 길이 없는 배움터인데, 이런 터전에서는 어떤 마음이 싹틀까. 아침부터 해가 난다. 빨래를 해서 널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해바람에 빨래를 말린다면 ‘말림틀(건조기)’은 덧없다. 누구나 냇물이나 샘물을 마시면 꼭짓물(수도물)이나 페트병물은 부질없다. 한가위를 앞둔다. 올해에는 시골이 좀 시끄러울 듯싶다. 풀노래를 듣고 차오르는 달빛에 잠기는 별빛을 품으면서 《나비》를 돌아본다. 꽃밭일을 글로도 여민 헤세 님이니 나비 이야기도 글로 엮을 만하다고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골로 삶터를 옮긴 글바치가 드물고, 시골살림을 글로 내놓더라도 막상 잘 읽히지는 않는다. 풀꽃 이야기를 글·그림으로 담는 이가 더러 있되, 마음으로 풀꽃을 사귀거나 마음으로 풀벌레노래를 누리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는 몇 없다. 마음으로 숲빛을 품고서 마음으로 숲글을 풀어내지 않는다면, 무엇을 글이라고 해야 할까. 마음이 없어도 글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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