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수다 6 수다꽃



  우리가 종이꾸러미인 책을 누린 지 얼마 안 됩니다. 퍽 먼 옛날부터 종이꾸러미인 책은 ‘임금·벼슬꾼·글바치’만 누렸는데, 책을 누린 이들은 우리글 아닌 중국글(한문)을 썼습니다. 지난날에는 100 가운데 한 줌만 중국글하고 책을 누렸고, 99 줌은 글도 책도 없었을 뿐 아니라, 얼핏 나리(양반) 글을 어깨너머로 보다가 얻어맞거나 목숨까지 잃기 일쑤였어요. 일본이 총칼로 억누를 적에 그들은 일본말을 쓰라 했는데, 이때에도 일본글조차 모르는 사람은 수두룩했습니다. 1945년에 나라를 되찾고서야 천천히 우리글(한글)을 익히는 사람이 늘었으나 어린이한테는 배움책(교과서) 빼고는 아무 책이 없다시피 했고, 겨우 1970∼80년 무렵에 어린이 손에도 이야기책이 들어왔어요. 글도 책도 없던 무렵에는 누구나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었습니다. 삶을 담은 이야기를 펴면서 생각을 북돋았어요. 그림책은 ‘삶을 담은 이야기를 글·그림으로 쉽고 상냥히 옮긴 꾸러미’입니다. 누구나 우리글(한글)을 누릴 수 있는 오늘날, 어린이를 사랑하면서 서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펴는 징검다리인 그림책일 테니, 반가운 동무나 이웃하고도 서로 기쁘게 누린 삶을 그림책을 바탕으로 수다꽃을 느긋이 피우면 하루가 반짝반짝 흐를 테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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