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20.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
공살루 M.타바리스 글·마달레나 마토주 그림/도동준 옮김, 로그프레스, 2019.6.20.
어젯밤 지네한테 호되게 물렸다. 지네가 문 자리는 어제 충주에서 서울을 거쳐 고흥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외버스에서 시달린 왼허벅다리이다. 덩치가 나보다 곱절인 분이 옆에 앉으셨는데, 아주 낑기느라 왼허벅다리가 비스듬히 눌렸고 꽤 쑤셨다. 지네나 모기나 개미가 무는 뜻이 있다. 이들은 사람한테 이바지하려고 문다. 아프거나 막히거나 곪은 데를 뚫어주는 바늘잡이(침술사)라고 하겠다. 지네가 물어 준 보람으로 기운을 내어 일어난다. 피자를 바라는 작은아이하고 저잣마실을 한다. 밀가루하고 요모조모 장만하고, 읍내 피자집에서 한 판 시켜 준다.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을 재미있게 읽었다. 다만, 재미있게 읽었되 뭔가 남지는 않는다. 재미나게 엮은 줄 느낄 수는 있으나, ‘낱말책(사전)’은 재미만으로 엮으면 허전하다. 삶·살림·사랑을 숲빛으로 노래하듯 말을 다루지 않는다면 껍데기로 그친다. 허울만 반들거린달까. 우리나라 숱한 낱말책(국어사전)도 허울만 번지르르하다. 뜻풀이를 옳게 하거나 말밑을 제대로 밝히거나 비슷한말을 똑바로 가른 낱말책은 숲노래 씨 빼놓고는 도무지 생각조차 안 한다고 느낀다. 슬퍼도 우리 민낯이다. 부디 낱말책을 서두르거나 함부로 엮지 않기를 빈다. 올림말이 적더라도 어질게 여미어야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