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8.13.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

 백지선 글, 또다른우주, 2022.2.1.



햇볕에 빨래랑 깔개랑 이불을 말린다. 이러고서 작은아이랑 대밭에 가서 대나무를 벤다. 작은아이가 나무를 베고 싶으니 함께 톱을 들고 대밭마실을 한다. 집까지 영차영차 짊어지고 온 커다란 대나무는 알맞게 손질을 해놓고, 이러면 작은아이가 도끼를 들고서 쩍쩍 쪼갠다. 잔가지는 뒷간 옆으로 차곡차곡 쌓는다. 작은아이가 톱질을 하고 도끼질을 마음껏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느긋이 쉰다. 《비혼이고 아이를 키웁니다》를 읽으면서 어딘가 갑갑했다. 나도 예전에는 ‘아이키우기’란 말을 쓴 적이 있으나, 이제 이 말을 더는 안 쓴다. 아이는 ‘키울’ 수도 ‘기를’ 수도 없으니까. 아이는 늘 스스로 뛰놀며 자란다. 어버이는 아이를 물끄러미 사랑으로 지켜보면서 함께 살아간다. 이뿐이다. 이밖에 달리 더 무엇이 있을까? 글쓴이는 책에 ‘아이키우기’라기보다는 ‘아이받기 + 아이 학교 넣기’를 줄거리로 담았다. 어느 만큼 살림돈이 받쳐주기에 아이받기(입양)를 할 수 있는 길을 누렸고, 이 아이가 ‘학교를 잘 다니도록’ 살피며, 그냥그냥 바깥일(회사를 다니며 돈벌기)을 할 뿐이다. 바깥일(회사생활)이 나쁠 까닭은 없되, 바깥일만이 ‘자기개발·자아성취’인 줄 여기지는 말자. ‘육아 = 학교 마치고 회사원 되기를 시키기’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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