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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마리의 달맞이 ㅣ 14마리 그림책 시리즈
이와무라 카즈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아이 / 2022년 8월
평점 :
숲노래 그림책 2022.9.10.
그림책시렁 1034
《콩이네의 추석맞이》
소학사 푸른교실
소학사
1993.9.25.
어린날을 돌아보면, 설날은 끝없이 만두를 빚느라 지치고, 한가위는 끝없이 송편을 빚느라 고달팠습니다. 큰집살림은 만두·송편에서 끝나지 않아요. 다달이 ‘이름을 모르겠는 제사’가 있으니, 어머니는 집안일하고 곁일(부업)로도 바빠 하루에 두어 시간 눈을 붙일까 말까 바쁘신데, 다달이 며칠씩 잠을 아예 못 자면서 더더욱 바쁘셨습니다. 이 꼴을 곁에서 지켜보는 언니랑 저는 어머니처럼 안 쉬면서 이모저모 거듭니다. 한밤에 심부름을 하다가 곯아떨어지기 일쑤였어요. 작은아버지나 작은집 아이들은 한가위·설뿐 아니라 제사를 거든 적이 없습니다. 한가위·설을 앞두고는 적어도 이레씩 꼼짝없이 온갖 먹을거리를 지어냈는데, 단술(식혜)까지 집에서 끓였어요. 《콩이네의 추석맞이》는 몰래책(해적판)입니다. 1993년에는 지은이 ‘이와무라 카즈오’란 이름조차 안 밝혔습니다. 2022년에 《14마리의 달맞이》란 이름을 달고 제대로 나오는데요, 일본 그림책이 “14ひきの”이기는 해도 우리말로는 ‘생쥐네 이름’을 붙이는 쪽이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아무튼 저는 이제 한가위·설에 아무 데도 안 갑니다. 아이들하고 우리 보금숲에 머물며 조용히 별바라기를 합니다. 달보기는 안 합니다. 달빛을 둘러싼 별빛하고 풀노래를 헤아립니다.
ㅅㄴㄹ
#いわむらかずお #14ひきのシリズ #14ひきのせんたく
사람들이 한가위나 설 같은 철에
굳이 멀리 안 간다면
이 나라는 달라지리라 본다.
시골(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사니까
그냥 서울에서 서울잔치를 하고
시골에 남은 사람은
시골사람끼리 조용히 시골별밤을
누리는 길이 맞다고 본다.
한가위나 설을 맞이하면
서울에서 들이닥친
끔찍하도록 넘치는 부릉물결(자동차 행렬)로
시끄럽고 답답하다.
문득 생각해 보면,
‘시골을 떠난 서울내기’들이
한가위나 설이랍시고 시골에 와서
별밤에 폭죽을 터뜨리며 까부는 짓을 안 했다면
‘명절에 시골에 온 서울내기’가
끔찍하게 싫지는 않았으리라.
그런데 한가위나 설 언저리는
‘시골에 온 서울내기’가
온갖 곳에서 담배를 뻑뻑 피워대고는
그냥 길바닥에 꽁초를 버리니
시골은 며칠 사이에
온통 쓰레기밭이 된다.
제발, 그러지 말자.
시골은
너희 서울내기가 먹는 모든 밥이
태어나고 자라는 곳인데
그렇게 망가뜨리고 더럽혀도 되겠니?
안 그러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