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연희 지음 / 봄날의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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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2.8.16.

읽었습니다 168



  책을 또 와르르 무너뜨립니다. 건드리지 않아도 이따금 무너집니다. 읽고서 자리맡에 차곡차곡 놓다 보니 어느새 높다랗게 봉우리를 이루는데, 어른 두 사람이 누울 만한 칸에 봉우리가 열도 스물도 아닌 예순이나 여든쯤 되다 보니 책봉우리는 우르르 무너지면서 “넌 언제쯤 나를 갈무리해서 제자리를 잡아 줄 셈이니?” 하고 묻습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읽었습니다. 대전에서 수원으로 건너가는 길에 읽었는데, 제가 살아가는 고흥 곁 장흥에서 보낸 나날을 어렴풋이 담았군요. 살고 보면 어디나 집이고, 떠나고 보면 어디나 옛터입니다. 지난날에 잘하거나 잘못한 일이란 없이, 모두 새록새록 겪은 하루요, 오늘날에 잘못하거나 잘하는 살림이란 없이, 늘 새삼스레 마주하는 아침저녁입니다. 글님은 오늘 전남 장흥에서 살까요, 서울에서 살까요? 숲으로 둘러싼 작은 보금자리에서 호젓이 흙을 만지며 장흥에 머문다면, 글도 빛꽃(사진)도 확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이연희, 봄날의책, 2022.3.21.)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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