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8.15.

오늘말. 포근틀


어머니하고 아버지를 아울러 ‘어버이’라 하는데, 두 사람 가운데 한쪽만 가리키기도 합니다. 둘이 아닌 한 사람이 아이를 돌본다면 따로 외돌봄이라 할 만하고, 외엄마나 외아빠라든지, 혼엄마나 혼아빠라 하면 되겠지요. 그렇지만 굳이 혼돌봄이라 할 까닭은 없습니다. 한어버이도 어버이입니다. 아이들은 하나이든 둘이든 늘 따뜻하게 감싸는 보금자리를 누립니다. 푹신한 자리는 꼭 두 사람이어야 이루지 않아요. 나이나 돈이나 힘이 더 있어야 아늑한 자리를 일구지 않습니다. 오롯이 사랑이라는 마음이기에 외어머니도 외아버지도 살림집을 즐거이 건사합니다. 옹글게 사랑이라는 눈빛이기에 모든 어버이는 아이하고 새롭게 살림을 지으면서 오늘을 맞이해요. 갓 태어난 아기가 너무 힘들거나 어머니가 아프면 포근틀에 두기도 합니다. 사람도 병아리도 작은 새도 씨앗도 풀싹이며 꽃망울도 모두 매한가지예요. 따사로우면서 부드럽고 싱그러이 어루만지는 숨결이 흐를 적에 튼튼히 자랍니다. 다그치거나 닦달하는 곳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사랑하고 멀어요. 작은 집이어도 요를 정갈히 깔고서 두런두런 수다를 하고 노래를 하기에 아름다이 둥지입니다.


돌봄틀·따뜻틀·포근틀 ← 인큐베이터, 보육기, 부화기(孵化器), 부란기(孵卵器)


외돌봄·외어버이·외엄마·외어머니·혼돌봄·혼어버이·혼엄마·혼어머니·한어버이 ← 편모, 편모슬하


외돌봄·외어버이·외아빠·외아버지·혼돌봄·혼어버이·혼아빠·혼아버지·한어버이 ← 편부, 편부가정


거적·깔개·깔판·요·자리·폭신판·폭신자리·폭신깔개·푹신판·푹신자리·푹신깔개 ← 매트리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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