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8.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

 와타나베 이타루·와타나베 마리코 글/정문주 옮김, 더숲, 2021.11.12.



새벽 세 시 무렵부터 아침 여덟 시 즈음까지 벼락을 이끈 비가 시원스레 쏟아진다. 알몸으로 마당에 서서 새벽나절 비씻이를 하면서 춤을 추며 논다. 여름이란 온몸으로 소나기를 맞이하면서 몸하고 마음을 다독이는 철이기도 하다. 아침 일찍 면사무소에서 전화가 온다. 청소년증에 넣을 손전화 번호를 묻는다. 우리 집 푸른씨랑 어린씨는 손전화를 안 키운다고 하니 놀란다. 놀랄 일일까? 왜 모든 사람이 손전화를 키워야 하는데? 그런 생각은 언제쯤 버리겠니? 오늘 가면 찾을 수 있느냐고 물으니, 세이레쯤 걸린단다. 어제 면사무소 다른 일꾼은 오늘 찾아가라 하던데, 시골 면사무소는 참 일을 잘(?) 하시는구나. 마감에 아슬아슬 맞추어 우체국으로 글자락을 띄우러 다녀온다. 숨을 돌리고서 들길을 천천히 달려 집으로 돌아온다. 《시골빵집에서 균의 소리를 듣다》를 한참 읽다가 멈추었다. 쓴맛을 본 이야기라든지 글님으로서 창피한 속모습을 밝히는 글은 돋보인다. 그런데 뭔가 빠졌다. 한동안 책을 덮고서 헤아려 보니, 시골에서 살되 정작 시골하고 숲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는 드문 듯싶다. ‘일(사업)’ 이야기만 너무 길달까. 일을 조금 쉬고서 시골빛하고 숲내음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굳이 시골에서 사는 뜻은 없으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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