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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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2022.8.4.

만화책시렁 446


《옥춘당》

 고정순

 길벗어린이

 2022.1.15.



  바라보지 않으면 느끼지 않기에 ‘보는길’은 대수롭고, 보고서 쓰는 ‘봄글(관찰일기)’은 뜻있습니다. 그러나 바라보기만 하는 자리에 머문다면, 우리 이웃·동무·살붙이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짓는지를 못 보고 못 느껴 영 모르게 마련입니다. 《옥춘당》은 그림님 할매할배하고 얽힌 삶길·죽음길을 나란히 담습니다. 어릴 적에는 할매할배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하루’였다면, 나이가 들면서 차츰 할매할배하고 등지면서 말도 마음도 섞지 않다가 돌봄터(요양원)에 넣고서 잊어버린 모습을 고스란히 옮깁니다. 돈이 좀 있으면 늙은 어버이를 돌봄터에 넣지만, 돈이 얼마 없으면 돌봄터에 못 넣습니다. 할매할배 스스로 돌봄터를 거스르기도 하지요. 삶길처럼 죽음길도 스스로 늘 하루를 짓는 터전에서 맞이하고 싶거든요. 때 되면 밥을 차리고, 때 되면 씻기고, 때 되면 말을 걸고, 때 되면 바람쐬기도 시키는 돌봄터라지만, 돌봄터에는 다 다른 할매할배가 다 다른 마음으로 살아온 나날도 터전도 이웃도 없습니다. 돌봄터는 ‘지켜보기(관리·감독)’에서 그치거든요. 《옥춘당》은 첫머리에서 ‘함께 있는 숨빛’을 그린다면, 뒤로 갈수록 ‘구경하는(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는) 눈매’를 그립니다. 그리운 할머니 이야기도, 할머니한테 뉘우치고픈 이야기도 아닌, 어정쩡한 얼거리가 아쉽습니다.


ㅅㄴㄹ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며 할아버지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오셨다. (60쪽)


할머니의 병세는 점점 깊어 갔지만, 가족 중 종일 곁을 지킬 사람이 없었다. (86쪽)


“까마귀가 누님∼ 하겠어. 발톱이 왜 이렇게 길어? 순둥이라니까, 우리 순임 씨.” 나는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자르며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오늘을 생각하면 잘려 나간 머리카락 수만큼 후회하게 될까? (92∼93쪽)


한 사람의 몸에서 시간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111쪽)



적잖은 벼슬터 일꾼(공공기관 종사자 : 공무원)은

할매할배한테 낮춤말을 씁니다.

마치 어린이를 다그치거나 나무라는 말씨인데,

《옥춘당》을 그린 분도 ‘치매 할머니’한테

다그치거나 나무라는 말씨를 내내 씁니다.


병원이나 면사무소나 군청이나 우체국이나 가게에서

숱한 ‘젊은 사람’들이 할매할배한테

“친근하게 굴려고 낮춤말을 쓴다”고 둘러대는데,

할매할배가 느릿느릿하거나 뭘 잘 모른다고 해서

말을 깎아도 될까요?


어린이한테도 함부로 말을 깎으면 안 될 노릇이요,

늙은 할매할배한테도 매한가지입니다.

‘깎지 말’고 ‘깍듯하게’ 어깨동무를 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씨’라는 부름말은

또래나 손아랫사람한테 붙입니다.

“우리 순임 씨”는 살가이 부르는 말이 아닌,

깎음말입니다.

할머니를 살가이 부르고 싶다면

“우리 순임 할매”라든지 “우리 순임 님”이나

“우리 순임 어른”처럼 써야 알맞습니다.


‘씨’는 할머니가 손녀를 어여삐 여기고 높일 적에,

이를테면

“우리 (고)정순 씨”라 부를 적에 쓰는 말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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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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