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7.3.


《초등학생이 읽는 엄지공주》

 H.C. 안데르센 글·엘사 베스코브 그림/김혜련 옮김, 북뱅크, 2005.3.15.



후박나무 그늘에 앉은 두꺼비를 바라본다. 우리 집에서 가장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누리는구나 싶다. 나무그늘이야말로 시원하지. 나무가 포근히 덮은 곳은 푸르고 맑지. 나무가 없는 곳에는 시원하거나 포근한 기운도 없을 뿐 아니라, 푸르거나 맑은 마음이 흐르지 않지. 오늘 하늘빛은 구름빛이다. 오늘 구름빛은 하늘빛이다. 밤에 이르러 가볍게 빗방울이 듣는다. 《초등학생이 읽는 엄지공주》를 되읽었다. 엘사 베스코브 님이 새롭게 담아낸 《엄지공주》에 왜 “초등학생이 읽는”처럼 터무니없는 군말을 붙여야 했을까? 스무 살이나 마흔 살이나 예순 살은 읽지 말라는 뜻일까? “어린이와 함께 읽는”조차 아닌 ‘초등학생’이란 이름은 어린이를 ‘틀에 가두어 길들이거나 가르쳐야만 한다’는 마음에 사로잡힌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일본스런 말씨인 “중학생을 위한·고등학생을 위한”도 매한가지이다. 참말로 어린이하고 푸름이를 ‘헤아린다’면 이런 말을 안 붙일 테지. 이웃나라 어른이 아름다이 빚고 일군 그림책 하나를 우리말로 옮길 적에 어떻게 얼마나 땀을 들이고 사랑을 담을 적에 빛나는가 하는 대목을 쉽게 놓친다. 옮김말 한 마디를 ‘어른한테 익숙한 말씨’로는 안 쓰는 마음부터 첫걸음으로 삼을 노릇이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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