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7.23.
오늘말. 배냇자리
멀리 길을 나서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우리는 모두 다 다른 곳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면서 스스로 삶자리를 일구어요. 꼭 첫자리에서 내내 살아야 하지 않습니다. 배냇자리를 사랑할 수 있고, 새터로 떠날 수 있고, 우리나라에 머물 수 있고, 이웃나라로 갈 수 있어요. 마음을 담아 일구는 보금자리라면 새삼스레 텃마을이 될 만합니다. 싱그러이 솟는 샘물 같은 자리에 살림터를 일구게 마련이에요. 해가 넉넉하고 비가 싱그럽고 바람이 맑은 그곳은 오늘을 살아가는 밑자리이면서, 아이들한테 물려줄 텃집입니다. 마당을 나무로 두르고, 숲정이를 옆에 끼면서, 풀꽃이 푸르게 올라오는 삶자락이라면 언제나 하늘빛으로 살림을 보살피리라 생각해요. 밑절미를 가꾸고 하루를 다독입니다. 나고자란 터전을 돌보고, 살림하는 밑판을 추스릅니다. 즐거이 일하고 느긋하게 쉬어요. 넉넉히 짓고 느긋이 나눠요. 집집마다 나무가 우거지면 여름에는 나무 밑에 앉아 바람을 마시고 글 한 줄 쓸 만합니다. 겨울에는 찬바람을 그어 주는 숲빛을 느끼며 포근하겠지요. 먼 옛날 사람들이 품은 집을 헤아려 오늘 우리네 밑동을 곱게 토닥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쉬다·가꾸다·돌보다·보살피다·다독이다·달래다·추스르다·토닥이다 ← 요양(療養)
그곳·그쪽·그켠·그자리·나고자라다·나온곳·난곳·-내기·텃-·마을·집·터·살림터·살림자리·살림자락·삶터·삶자리·삶자락·옛고을·옛고장·옛마을·옛집·옛터·시골·시골집·처음·첫밗·첫자리·첫자락·태어난곳·텃마을·텃고을·텃고장·텃집·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틀·밑판·밑자리·밑집·밑터·바탕·바탕길·배냇마을·배냇고을·배냇자리·배냇터·보금마을·보금고을·보금고장·샘·샘물·샘터·샘물터·우리·우리네·우리나라·제나라·제땅·제자리 ← 고향(故鄕)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