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124


《韓國의 書誌와 文化》

 모리스 쿠랑 글

 박상규 옮김

 신구문화사

 1974.5.1.



  혼자 책길을 알아 가던 어느 날, 저처럼 혼자 책길을 알아 가던 책벗님이 ‘모리스 쿠랑’이라는 프랑스사람이 쓴 책을 아느냐고, 이녁이 쓴 책을 찾아서 읽어 보면 재미있으리라고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웬 프랑스사람 책을 챙겨 읽느냐고 시큰둥했습니다만, 이 얘기를 듣고서 며칠 뒤에 《韓國의 書誌와 文化》를 만났고, 첫 줄부터 끝 줄까지 깜짝 놀랄 만한 눈길·생각·손길·마음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우리는 프랑스 싸울아비(군인)가 우리 책을 잔뜩 훔친 일을 아파하는데, 우리한테 빛살(보물)인 책은 이들이 훔친 책만 있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우리 삶을 적은 책이라면 모두 빛살이요, 무엇보다 ‘우리 삶을 손수 적은 책을 알아보는 눈썰미’가 책값을 한껏 살리는구나 싶더군요. 모리스 쿠랑이라는 프랑스사람이 있었기에 우리 책이 걸어온 길을 찬찬히 새기거나 갈무리할 수 있었다고 할까요. 책을 읽거나 다루는 눈길을 프랑스 이웃님한테서 고맙게 배우면서 고이 돌아보았어요.


“귀족들이 유교를 채용한 것은 우선 자기네를 민중으로부터 구별시키기 위해서였음도 사실이지만, 나중엔 그들 자신이 중국식 교훈에 너무 젖어들어서 학식이 바로 그들의 독점물이요, 그들 계급의 가장 빛나는 표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101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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