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2022.7.10.

오늘말. 자리바꾸기


겨울이 저물 즈음 돋아나는 들꽃은 찬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꽃대를 냅니다. 봄이 무르익으면 2월꽃은 수그러들며 4월꽃이며 5월꽃하고 자리를 바꾸어요. 여름이 다가오면 어느새 봄꽃은 자취를 감추고 여름꽃이 새자리를 차지합니다. 여름이 깊으면 여러 여름꽃이 올망졸망 섞이며 짙푸른 빛깔로 반짝입니다. 봄에는 봄빛으로 잇는 하루라면, 여름에는 여름볕을 후끈후끈 누리면서 한결같이 반짝이는 하루예요. 볕을 반기는 볕나물한테는 ‘가락지나물’하고 ‘쇠스랑개비’란 이름이 더 있습니다. 나물 한 포기를 곁에 두는 사람들은 나물빛을 그대로 마주하면서 이름을 붙여요. 나물마다 다 다른 숨결을 고스란히 읽으면서 즐겁게 만납니다. 사람도 반가이 오가면서 어우러질 적에 서로서로 즐겁게 이름을 부르고 기쁜 오늘 이야기를 마음에 새록새록 품습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앉은 이들은 곧잘 총칼을 앞세워 제 나라 사람들을 억누르다가 이웃나라로 쳐들어갑니다. 이때에 이 바보짓을 물리치려고 숨은두레를 짜는 사람들이 있어요. 숲하고 사귈 줄 모르는 우두머리한테 숲빛을 일깨우려는 숨은모임이자, 스스로 숲넋을 건사하려는 뒷두레입니다.


ㅅㄴㄹ


새자리·자리바꿈·자리를 바꾸다·자리바꾸기·자리옮김·자리를 옮기다·자리옮기기·만나다·어우러지다·어울리다·사귀다·섞이다·오가다 ← 인사교류(人事交流)


고스란히·그대로·한결같다·건사하다·간직하다·갖추다·놓다·두다·모시다·지키다·돌보다·보살피다·안다·품다·남다·잇다·이어가다·살리다·있다·버티다·견디다 ← 온존(溫存)


가락지나물·쇠스랑개비·볕나물·볕바라기 ← 양지꽃(陽地-)


숨은모임·숨은두레·숨은곳·숨은굴·굴·뒷두레·뒷마당·뒷모임 ← 비밀결사, 비밀단체, 비밀조직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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