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2.6.12.

숨은책 687


《바다와 老人》

 헤밍웨이 글

 정봉화 옮김

 대신문화사

 1953.11.25.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살림을 꾸리고 나면 잠들 즈음이고, 바느질은 으레 이때에 합니다. 튿어지거나 구멍난 옷을 기우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아이들은 “아버지는 그 옷 얼마나 입었어?” 하고 묻습니다. “너희 둘 나이를 더한 몫보다 많아.” “그럼 되게 오래 입었네?” “그럭저럭 서른 해를 입었지만 그리 오래 입지는 않았어.” “나중에 아버지 옷 한 벌 사요.” “너희 여름옷부터 사자.”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도 바느질을 잇다가 그만 불을 끕니다. 같이 꿈나라로 가고서 이튿날 마저 기우려고요. 《바다와 老人》은 1953년에 우리말로 나옵니다. 1952년에 영어로 처음 나왔으니 바로 나온 셈인데, 한겨레싸움(한국전쟁) 끝자락이라지만 ‘퓨릿샤賞受賞作品’을 곁에 두고서 피비린내를 씻으려는 마음까지 이 작은 책자락에 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모든 실은 풀포기(모시·삼·솜)하고 애벌레(누에)한테서 얻습니다. 모든 실은 한 올씩 뜨개질에 바느질을 하면서 옷으로 피어납니다. 모든 글은 사랑으로 살림을 짓는 삶에서 한 마디씩 길어올린 말로 엮습니다. 저 바다에는 헤엄이가 우리 이웃이고, 할매할배는 슬기로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1954년에 《바다와 老人》을 사서 읽은 분이 남긴 손자취를 쓰다듬어 봅니다.


“우리는 眞實과 建全의 깃빨 아래 結合되였고 이 깃빨은 앞날의 우리의 發展과 함께 더욱 鞏固히 지키여질 것이며 지키여져야 한다 5.April 1954 yours Tallwoo Lee”


ㅅㄴㄹ


#TheOldmanandTheSea #ErnestHemingway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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