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89 ㄴ
‘ㄴ’을 넣어 말을 잇습니다. “나는 말꽃이다”처럼 “떠난 사람”이나 “먹는 풀”이나 “그러면 어때?”나 “즐기곤 하다”같이 이야기를 받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충고를 들었어요”처럼 얄궂게 옮김말씨로 쓰는 분이 부쩍 늘어납니다. 우리말씨로 하자면 “사람들한테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요”나 “사람들이 여러모로 도움말을 들려줬어요”나 “사람들이 온갖 말을 들려주었어요”입니다. ‘-한테서’로 붙일 토씨를 ‘-한테’로 잘못 붙이는 분도 수두룩합니다. “간단한 음식을 만들다”나 “엄청난 노력의 결과”처럼 ‘ㄴ’붙이 얄궂은 말씨를 쉽게 찾아보는데, “밥을 가볍게 차리다”나 “엄청나게 애쓴 보람”으로 손볼 노릇입니다. 겉으로는 우리글 같아도 속으로는 우리글하고 동떨어진 셈인데,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익힐 틈이 없이 너무 바쁘고 힘들게 살기에, 얄궂게 쓰면서도 얄궂은 줄 못 느껴요. 바쁘면 쉬 지나치고, 쉬 지나치면 넋이며 삶을 줄줄이 놓치고, 이러다가 말빛을 까맣게 잊어 ‘무늬만 한글’입니다. 우리말은 토씨나 말끝 하나로 뜻·결·속내·빛·생각·삶을 다르게 드러냅니다. 영어처럼 쓰는 옮김말씨는 미국스러운 빛을 드러낸다기보다, 기둥·뼈대·바탕이 죄 안 섰다는 소리예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